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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2013년 1월의 일이었다. 친한 선배를 통해 고양이를 입양하지 않겠냐는 문자를 받았다. 그 때의 나는 오랜 자취생활에 슬슬 지루함을 느끼는 차였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나는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물론 뭐... 그렇게까지 씨니컬하지는 않았고, 지금 빨리 안 데려가면 안락사 당한다는 이야기가 꽤 크게 작용하기도 했던 것 같다.) 마 암튼 그러저러한 과정을 거쳐서 나는 유기묘(인지 그냥 도둑고양이인지) 2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학대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고양이들이었기 때문에 친해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2년 넘게 지난 지금도 다른 집 고양이들처럼 살가운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서로에게 별다른 기대 안 하면서) 한 집에서 같이 사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고양이를 키워서 ..
1. 두 권 합쳐 1500페이지는 너끈히 넘어간다. 정말 힘들게 다 읽었다. 헉헉헉. 2. 책 산 것은 지난 근황 글에서 쓴 바 있으니 그건 제외하고... 3.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중학생 때도 느꼈던 거지만 돈 키호테라는 양반, 참 재미있는 캐릭터 맞는 거 같다. 돈키호테형 인간이라고 하면 흔히 햄릿형 인간과 대비시키곤 하는데, 요즘 같은 결정장애의 시대에는 역시 돈키호테형 인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 4. 소설이라는 측면에서도 꽤 재미가 있다. 세르반테스는 여러 겹으로 소설의 안과 밖을 들락날락하는데 이런 화법은 요즘 소설에서 좀체 보기 어려운 거 아닌감. 5. ...라고 말하지만, 사실 돈 키호테의 재미는 덤 앤 더머 수준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몸개그 & 버디무비에 있고, 세르반테스의 저질 말개그도..
내 또래의 연구자들과 비교할 때 내 장서량과 독서량 수준은... 상당히 낮다. 오랜 자취생활 때문에 집이 좁아서 책을 얼마 이상 가질 수 없었다는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은, 그렇다고 다른 사람은 뭐 고대광실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공부한답시고 그렇게나 깝치고 다니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정도 장서량과 독서량은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지 아니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하겠다. 암튼간에 직업적으로든 뭐든 책과 글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마 그런 얘기. 근데 직업을 말하기 전에 내 독서의 기원은 1명의 인물과 1곳의 플레이스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엄따. 먼저 1명의 인물. 고2 때 담임선생님 되시겠다. 나와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만한, 비범한 분이셨는데, ..
진주에서 태어나서 꼬박 20년을 살았고, 스무살이 되던 해에 그곳을 떠났다. 1차적으로는 타지로 대학을 가느라 그랬던 것이지만, 딱히 진주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미련 같은 것도 없었다. 그 동네 사람들이야 서부경남의 중심이니 경상우도 학맥을 잇는 곳이니 뭐니 하지만, 적어도 근대도시로서의 진주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1925년에 도청이 이전한 이래로 시세(市勢)가 딱히 확장되지 못한 채로 여기까지 왔으니까. 혁신도시니 공공기관 이전이니 뭐니 나발을 불어도 30만 초반의 인구수도 별달리 늘지 않을 것 같다. 상황이 이러니 스무살 안팎의 젊은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진주를 떠나는게 당연하지.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마 가장 큰 것은 유등축제 때문인 것 ..
어릴 때부터 코피가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났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코피가 잦아진다는데 나는 그런 것도 없이 사시사철 코피가 주르륵주르륵 났다. 그렇다고 코파기에 몰두했던 것도 아닌데 그랬다. 야한 생각...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코찔찔이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 그것도 설득력은 살짝 떨어진다(라고 강변해본다). 언제는 코피가 한 시간인가 두 시간인가 멈추지를 않아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응급실이라고 해서 아주 응급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 20분 정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나가서 병원에 갔다;;; 별달리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한 것도 없었지만, 아버지 등에 업혀 가는 것이 엄청 기분 좋은 일이어서 어른들이 호들갑을 떨어도 그냥 잠자코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도때도 없는 코피..
내 또래의 다른 연구자들과 비교할 때 내 장서량과 독서량 수준은... 상당히 낮다. 오랜 자취생활 때문에 집이 좁아서 책을 얼마 이상 가질 수 없었다는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은, 다른 사람은 뭐 고대광실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공부한답시고 그렇게나 깝치고 다니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정도 장서량과 독서량은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지 아니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하겠다. 암튼간에 직업적으로든 뭐든 책과 글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 마 그런 얘기. 근데 직업을 말하기 전에 내 독서의 기원은 역시 1명의 인물과 1곳의 플레이스를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엄따. 먼저 1명의 인물. 고2 때 담임선생님 되시겠다. 나와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만한, 비범한 분이..
1. 내게 있어서 올해(부터)의 학문적 화두는 단연 '경제'다. 전공이 경제학에 어느 정도 걸쳐 있다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거니와 작년에 도서계에 불었던 경제학 바람(피케티, 장하준, 장하성 등등...)에 자극 받은 것도 조금씩 있다. 그래서 2014년 마지막이자 2015년 첫 책이 요 책. 좀 더 길게 보면 작년에 읽었던 장하준의 '국가의 역할'의 뒤를 잇는다고 할 수 있겠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2. 저자가 한국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본래는 영어로 나온 책. 원서 제목은 (표지에도 떡 하니 박혀 있듯이) Economics: The User's Guide. 한국어 제목도 그렇고 영어 제목도 그렇고, 이 책의 지향점을 꽤 정확히 알려주는 것 같다. "여러분, 알아야 면장을 합니다." 전문 지식..
1. 이렇게 읽다가 '헉' 소리 나는 소설도 참 오래간만이다. 흔히 쓰는 의미의 '재미'라는 점에서 근래 읽은 책 중에서 제일 낫다. 성탄절 연휴를 꼬박 투자한 보람이 있다. 2. 소설 쓰기에 대한 메타 소설 같은 느낌도 있는데, 텍스트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역사 쓰기도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사가에게 텍스트 만들기의 윤리성은 무엇일까. 3. 문장은 섬세하고, 구성은 치밀하며, 화두는 묵직하다. 빨리 세실리아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 마침내 로비는 욕조에서 일어서서 몸을 떨면서 자신에게 커다란 변화가 닥쳐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벌거벗은 채로 서재를 지나 침실로 갔다. 어질러진 침대,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옷들, 바닥에 던져진 수건, 적도처럼 뜨거운 열기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관능..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반 배정이 좀 특이했다. 행정상으로는 국민학교나 중학교 때처럼 그냥그냥 배정을 했는데, 정작 수업을 할 때는 성적순으로 반을 나눴다. 그래서 등교는 '수업반'으로 했다가, 수업 마치고 야자시간에는 '행정반'으로 이동하고 그랬다. 전부 11개 반이었는데 수업반은 11반, 행정반은 1반이어서 수업 끝날 때마다 복도 끝에서 끝으로 책가방에 실내화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가느라 보부상 차림을 해서 매일 같이 진땀을 뺐다. 11반 담임 선생님은 28살의 초임 지구과학 선생님이었는데 (지금 나보다 젊다;;;) 열정과 체력이 넘쳐서 그랬는지 수업도 활기가 넘쳤고, 유머도 잘 쳐서 인기가 높았다. 때리기도 엄청 잘 때렸는데, 딱히 감정적으로 때린다는 느낌도 없었거니와 인기도 좋아서, 아이들도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