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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조르바에 대해서는 '자유'가 어떻고 등등의 이야기가 더 많지만 소설 잘 못 읽는 나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뭐랄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이 뭔지, 인간답다는게 뭔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사람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서 지식이나 이념이나 논리나 신앙 같은 것들을 사용하곤 하지만, 글쎄 꼭 그게 그렇게 해야만 가능한 걸까. 그냥 좋은 건 좋은 걸로만 남겨둬도 괜찮겠지. 우리에겐 좋은 게 왜 좋은지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 좋은 건 그냥 좋은 거다. 2. 암튼, 조르바는 돈 키호테 만큼이나 재미있는 캐릭터 맞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이런 사람을 상당히 싫어하고, 내 성격에 이런 사람이랑 같이 다니라고 하는 것도 절대 사양이다. ㅋㅋㅋ 「두목 말씀이 옳으신지도 ..
1. '공장'이라는 단어는 내게는 무척 친숙하다.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부터 이미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하고 계셨고, 좀 더 철이 든 다음에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공장'에 계셨다. '공장' 덕분에 우리 가족은 부족하나마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공장'은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단어 중 하나였다. 그러고보면 이미 나 스스로가 '메이드 인 공장'인지도 모르겠다. 2. 공장의 이미지는 무엇보다 냄새로 각인되어 있다. 지금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커다란 기계 속에서는 연신 쇳덩어리들이 고속회전하고 있었고, 그 쇳덩어리보다 더 단단한 커터가 쇳덩어리에 닿으면 꼭 무슨 도자기처럼 어떤 모양이 깎여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는 하얀 우윳빛깔의 윤활유들이 쉼 없이 끼얹어졌다. 그 윤활유 냄..
1. 거대한 배가 침몰했고, 국가는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구출하지 않았다. 그 배에서 살아나온 것은 "가만히 있으라"던 지시를 거부한 사람들과 최소한의 직업윤리조차 갖추지 않은 선원들이었다. 2. 내가 전공하는 현대사란,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라서 내 부모세대의 경험과도 겹칠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내가 사는 이 시대도 언젠가 역사연구의 대상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내가 사는 이 시대를 후대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가라앉은 배와, 그 배 옆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나중의 역사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아니, 만약 내가 수십년 뒤에도 여전히 역사학의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면, 그때의 나는 지금의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해야 할까. ..
1-1. 금요일 밤에는 술을 좀 마셨기 때문에 토요일 아침엔 느지막히 일어났다. 오전에 집 청소를 했다. 원래 계획대로면 토요일 오후에 차를 가지고 홍대 앞으로 가서 자전거를 살 생각이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홍대 가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포천으로 갔다. 덕희형네 도착하니 6시 20분 정도 되었다. 배불리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좀 하고 TV를 보다가 9시 30분 경에 잠에 들었다가 12시쯤에 깼다. 12시에 옆방으로 가서 마저 잠을 더 잤다. 1-2. 나는 자전거를 못 탄다. 그래서 올 겨울엔 자전거를 배우기로 결심했고, 건너건너 아는 분이 운영하는 홍대 앞 자전거 공방에서 자전거를 사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홍대 앞에서 자전거를 사서, 그걸 차에 싣고, 포천에 가서 자전거를 연습할 생각이었다. 2. ..
1.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은, 이야기를 하다가 뭔가 문득 울컥할 때, 애써 침 같은 걸 꿀꺽 삼키면서, 그렇게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내리누르면서, 목구멍에서 힘들게 끄집어내는 말 같다. 우리가, 아니 최소한 내가, 살다가 문득 울컥할 때,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도 그런 식 같다. 그게 사람이고,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같다. 나기네 어머니의 이름은 순자.순자의 순은 어째선지 열흘,이라는 의미의 순旬.그러면 순자씨의 도시락은 어떻게 된 걸까.그즈음에 비로소 나는 그걸 생각하게 되었다.순자씨는 시장에서 과일을 팔아 번 돈으로 나기와 둘이서 살아가고 있었다. 일찍 집을 나선 뒤 종일 바깥에서 지내다가 해가 지고도 한참 뒤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피곤했을 것이다. 한겨울에 사과궤짝을 들다가 뇌..
1. 경제 분야에서 '국가/시장'이라는 이분법은 정말 거의 1등급 횡성한우 사골 같은 거라서, 재탕삼탕을 넘어 한 삽십팔탕 정도쯤 해도 육수가 우러나오는 것 같다. 경제사를 예로 들면, 한국사에서는 국가 개입에 의한 경제성장이 과연 긍정적인 결과냐 아니냐가 주요 논쟁이고, 일본사에서는 일본이 이룩한 경제성장이 과연 국가에 의한 것이냐 시장에 의한 것이냐가 중요한 논쟁거리인 식이다. 2. 최근의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신자유주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국가의 역할'이라는 제목에서도 살짝 냄새가 나는 것처럼, 저자인 장하준은 국가의 역할을 엄청나게 강조한다. 과거의 경제성장에서도 국가의 역할이 중요했고, 앞으로의 경제에도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단 거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도 크게 신자유주의 비판을 한 ..
5개월 정도 과천과 수원을 아침저녁으로 오간 결과 찾아낸 가장 효율적인 내 출근 시간표는 이렇다. 7시 20~25분에 집에서 나와서, 10분 정도 걸어서 7시 35분에 7002번 버스 탑승. (35분마다 오는 버스라서 놓치면 좆됨큰일남.) 8시 15~20분 경에 하차. 다시 15~20분 정도 걸어서 일터 도착.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15분 남짓 되는 시간이다. 일터 도착 직전이라서 이 때 정신 셋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컨디션이 좌우되는 것 같다. 원체 중요한 시간이다보니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조차 상당히 중요해서, 이장혁의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라든지 새드 레전드의 '슬픈 곡성이 들리는 밤' 같은 노래가 나오면 빨리 다음 곡으로 넘..
여권을 만든 것은 대학원에 입학한 후인 2007년이 끝나가는 겨울이었다. 학부 때는 공부든 여행이든 뭐든 별 관심이 없어서 그 흔한 어학연수나 배낭여행도 가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여권도 필요하지 않았다. 여권을 만든 것은 2008년 초에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대학원생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는데, 여권 사진을 찍는다 구청에 신청을 한다 다시 수령하러 간다 등등의 부산을 떨고나서야 여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여권을 만드는데 돈과 시간이 꽤 많이 든다는 것도 그때야 알았다. 그런데 정작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지원금이 다 떨어졌다고 해서 일본에는 못 갔다. 한 번 열어보지도 못한 채로 여권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좆됨 상황이 오지 않았던 것은 GRE 시험 덕분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
1-1. 집 컴퓨터가 맛이 갔다. 아이폰 동기화가 갑자기 좀 시원찮더니 이제는 급기야 드러누워버렸다. 아이폰 동기화만 먹통인 줄 알았더니, 드랍박스 동기화도 먹통이고, 메일 보내면 메일도 안 보내진다. 뭐지 ㅅㅂ. 하긴 두어달 전에 싹 재설치를 한 때부터 싹수가 별로긴 했다. 쿠키도 안 구워지고 뭐 그런 증상들. 1-2. 어제 저녁부터 낑낑댔고, 오늘 새벽에도 좀 더 들여다봤지만, 역시 결론은 초기화. 아오, 뭐 재설치하고 이러면 몇 시간은 그냥 가는데 아오 이런 샹샹바 ㄱ자로 쪼개지는 상황. 2-1. 아, 그리고. 9일에는 북촌을, 11일에는 서촌을 답사했다. 분홍색 보따리 가슴에 안고 전라선 기차로 상경한 것이 벌써 14년 전인데, 만날 소주 마시고 토하기에 바쁜 생활이어서 그랬는지 서울에서도 아직 ..
1. 2일엔 효돌이를 만나서 밥을 먹었다. 기분 좋을만큼 술을 마셨고, 다음날 오전까지 마음 편히 잘 잤다. 휴일 전날 저녁에 술 좀 마시고 기분 좋게 잠 드는 것이, 대단한 일도 아니고,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런 날 한 번 있는 것도 마냥 쉽지가 않다. 2. 3일엔 느지막히 일어나 집 청소를 하고, 덕희형네 펜션에 놀러갔다. 가는 길에 구리 농수산물시장에 들러서 새우와 조개를 사서, 펜션 앞마당에서 잘 먹었다. 맥주도 이것저것 꽤 많이 샀는데, 그날도 '10시에 잠들기' 신공을 시전하는 바람에 절반 이상 남겼다. 다시 그 중에 대부분은 지금 내 냉장고에 가득... 3. 4일엔 10시 기상. 10시에 잤는데 10시 기상. 중간에 두어번 깨긴 했지만 12시간을 자다니... 딱히 피곤해서 그랬던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