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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십자수와 관련하여, 나는 7년 전에 이런 글을 쓴 바 있다. 십자수 1-2. 그 글에서 나는 "하얀 바탕천에 색색의 실을 심어놓을 때 나는 그 사각거리는 소리와 촉감을 좋아한다"라고 썼는데, 그 재미는 여전하다. 모든 일에 있어서 재미라는 것은 그 일의 결과물이 어떤 것인가보다는 과정 그 자체에 있는 법이라서, 한땀한땀 놓는 그 자체가 즐겁다보니 여태까지 질리지도 않고 잘 하고 있다. 1-3. 과정 자체가 즐겁다보니 결과물에는 별달리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2000년에 처음 바늘을 잡았으니 지금까지 꼬박 16년째 십자수를 하고 있는 셈인데,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내가 가진 것은 엄지손톱만한 핸드폰줄 2개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다른 사람 줬다. 내가 만들어서 내가 달고다니면 찌질하기가 하늘을..
1-1.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 '다양성'이라지만, 작금의 대중문화가 얼마나 '다양'한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좀 많이 있다.) 특히 여름철 극장가라는게 대개 그런 식인데 헐리우드와 충무로에서 쏘아올린 블록버스터들이 전국에서 뻥뻥 터지다 보니까 어지간한 결심 아니고서는 그 틈에 낀 작은 영화들을 보기가 참 어렵다. 가장 많은 인구와 극장이 몰려있는 서울에서도 여전히 작은 영화를 보기란 쉽지가 않다. 1-2. 틈새는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 있는 법이다.30만 남짓하는 인구의 작은 도시인 내 고향 진주는 아무래도 발전가능성이라고는 별달리 보이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외려 그 덕에 거대 자본의 시야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거대 자본이 비집고 들어와서는 수지타산 맞추기 어려워보이는 덕분인지, 최근 들어 ..
출장갔다가 토요일 밤늦게 돌아왔다. 할 일은 많은데, 왜케 하기가 싫은지 모르겠다. 아 몰라. 배째. 나 요새 권태기야.
서해안 수산자원의 씨를 말리겠다는 각오로 배를 탔지만, 정작 선장님께서는 "요새 비가 많이 와서 고기는 별로 안 잡힐 거에요"라고 시작부터 김 빠지는 소리. 몇몇 놈들은 배멀미로 골골대기까지 했고, 나는 낚시 시작하자마자 채비를 두 개 연속으로 잘라먹는 참사가 발생해서, 아 이거 뭐야... 했다. 그런데 ㅋㅋㅋ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가 막 낚이기 시작했다. 나 빼고 나머지 친구들 잡은 것 다 더해도 나보다 덜 잡은 듯 싶을 정도니까. 하다하다 바닥에 있는 가리비가 낚여 올라오질 않나, 어떤 놈은 낚시바늘이 입이 아니라 뒤통수에 꿰여서 낚여 올라오질 않나... 아, 의외로 낚시에 재능이 있구나 싶었다. 연신 고기를 낚아 올리자 친구들이 '이젠 고기 그만 낚고 아가씨를 좀 낚아야지'하고 축하해주었다. 고맙다..
뜻하지 않게 토요일에 강의를 나갔다.어디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이었는데,간만에 나보다 어린 사람들 수십명 앞에서 강의를 하려니처음 5분 정도는 떨리고 긴장돼서 혼났다.(말하는 내가 목소리 떨리는걸 느낄 정도였으니까.) 하루 종일 쌩목으로 빽빽 소리지르다가 저녁 다되어 집에 돌아왔고집에 돌아오자마자 거의 그대로 쓰러졌다가일요일 한참 되어서야 조금씩 멘탈 및 피지컬 수습. 그리고 약간의 된장질과 십자수와 미드와 무한도전. 여자친구없는 독신남의 주말이란 늘 이런 식이다. 에이.
사실 이맘때쯤이 제일 하기 싫다.해도 딱히 티도 안 나고, 헷갈리기도 쉽고. 그리고 전에 했던 것은... 이제는 시계나 액자만 하게 된다. 수령자는 아버지어머니님.
1. 희곡으로 시작해서 사극을 거쳐 신파극으로 끝난다. 그러다보니 뭔가 내용이 균질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거시기한 면도 있다. 특히 막판에 신파극으로 흘러가는 건 좀 마음에 걸린다. (근데 또 한편으로 그게 저자의 의도 같기도 하다.) 2. 정작 이렇게 말은 했지만, 내 감성도 그냥 흔하디 흔한 감성이라서 눈물이 왈칵 났고, 사람 많은데서 갑자기 훌쩍거리는 거 쪽팔려서 혼났다. 기아 혼다에서 나온 기어 삼단짜리 오십 시시 오토바이! 삼촌은 일주일을 굶은 끝에 그렇게 생전 처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게 되었다. 아버지가 오토바이 대금을 치르고 삼촌에게 열쇠를 건네주었을 때, 그는 보는 이의 가슴을 짠하게 할 만큼 감격에 겨워했다. 어린 시절, 떼를 쓰거나 응석을 부릴 대상이 부재했던 이들은 결..
1.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뜻을 알아주는 것. '지음(知音)'이란 말이 여기에 딱 맞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쓴 아름다운 편지글이다. 사실 별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아무 쪽이나 펴서 읽고 있으면 마음이 괜히 흐뭇해지고 편안해진다. 병든 사람은 병든 사람만이 위로해 줄 수 있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만이 도와줄 수 있답니다. 신 김치일망정, 쓴 된장일망정, 진정 사랑하는 망므으로 저를 찾아오는 가난한 이웃들을 저는 저버릴 수 없습니다. 제가 돈이 생기게 되면, 건강해진다면, 사회가 알아주는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많은 것을 잃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싫답니다. (p. 55. 1974년 4월 22일 권정..
1. 정찬의 소설 속에서 폭력은 점점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길, 저쪽'에서의 폭력은 어느 특정한 시점의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훨씬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흔적을 남기기까지 한다. 2. 지난 번 '정결한 집'과는 달리 이제 그 흔적/기억/트라우마로부터의 탈출은 추상세계로의 도약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도는 하지만 실패한다. 물리적이고 육화된 폭력에 대한 구원이 그렇게 쉽게 이뤄질리가 없잖은가. 3. 폭력은 물화되어 다가온다. 탈출도 불가능하다. '길, 저쪽'은 가닿을 수 없는 피안처럼 그저 영원히 '저쪽'일 뿐이다. 그 다음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무엇일까. 제가 왜 한국을 떠났겠어요? 그녀의 생애를 잊어야 했으니까요. 그녀의 생애를 잊는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