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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홍대 앞에 만복국수집이라고 있다. 자주 가던 집은 아니고 예전에 언젠가 눈이 미친듯이 오던 날 내 앞에 앉은 선배 커플의 염장질을 바라보며 막걸리를 홀짝이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국물이 참 괜찮은 곳인데 멸치냄새 풀풀 나는 것이 적어도 다른 곳에 비해 조미료 확실히 덜 쓴 것 같아 좋은 곳이다. 2. 세미나 마치고 우울한 남자 셋이 둘러앉아 막걸리를 들이켰다. 나이 서른에 석사를 마치고 유학을 준비했(하)고 그 모든 것들이 다 잘 안 풀리는 남자 셋이 앉아 막걸리를 들이켰다. 유부남 ㅈ은 연애남 ㅈ과 내게 뭔가 대단한 확신을 기대한 듯 했지만 미안하게도 우리 둘에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안 풀리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잖아요. 3. 폼나게 유학갔다가 때깔나는 미국박사 되어 돌아오고픈 욕망을 사뿐히 즈려밟..
1. 요즘 들어 부쩍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누구냐면... 스윙걸즈에 나왔던 수학선생(타케나카 나오토 분). 스윙걸즈는 유쾌한 영화임에도 보고나면 어딘지 모를 씁쓸함 비슷한 뒷맛이 남는데 아마도 이 사람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이 사람. 묘한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2. 다분히 결과론적으로 끼워맞추기식 회고를 하자면 '역사학'에 대한 내 관심은 유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형편이 절대 다른 집에 비해서 나은 편이 아니었던 우리집에도 어찌 된 일인지 웅진출판 위인전 전집은 있었고 더불어 이희재가 그린 18권짜리 한국의 역사도 있었더랬다. (감수를 맡았던 변태섭 선생의 위엄은 대학원에 와서야 조금 알았다.) 예나 지금이나 할 것도, 볼 것도 별로 없는 ..
1. 4년 전에 비해 이번에는 정말 작심하고 나온 듯 했다. 세션 간의 호흡은 물론이고 무대효과, 선곡, 톤 등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보여주께 이런 분위기. 근데 원래 이렇게 했어야 하는거 아니었던가요? ㅋㅋㅋ 2-1. 여기서 잠깐 4년전 공연 얘기를 하자면... 10년 만의 내한공연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솔까말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2-2. 일단 선곡. 불과 2,3곡을 제외하면 모두 75년 이전 발표곡이었기 때문에 관객들 입장에선 다소 낚였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Ramblin' on my mind, Motherless Children 처럼 옛날 냄새 풀풀 나는 곡도 그렇거니와 최근 발표곡이라 해도 Little Queen of Spade 같은 것도 한국팬..
1. 논문이 나왔다. 내 이름 석자가 표지에 박혀있다. 막상 받으면 기분이 좀 묘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남다른 감회라도 조금 있을줄 알았는데 개뿔... 그냥 덤덤하더라. 2. 숫자를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가 어쩌다가 경제사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쓰게 됐을까 싶다. 춤추듯 난무하는 숫자들과 표, 그래프들을 보자면... 일단 시원하게 욕부터 하자. 씨발. 3. 지도교수님과의 이런저런 절충(혹은 경합, 그것도 아니면 갈등?) 끝에 내용도 좀 꺾이고 주장도 좀 정을 맞았다. 사실은 다른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쓰면 아무래도 말이 안 되는거 같다고 하시더라고. 4. 대학원 들어와서부터 어렴풋이 느끼던걸 논문 쓰면서 확실히 느끼게 됐다. "나 진짜 공부 좆나 못 해." 5. 논문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던..
1-1. 또 한해가 갔다. 여느 해처럼 올해도 또 "어영부영하다가 나이만 한 살 더 먹"고 말았다. 연초의 계획은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미완의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다. 학위논문을 마친 것을 빼고는 마땅히 이뤄놓은 것이 없는 한해 아닌가. 1-2. 대학에 입학하고 서울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다. 드디어 내 나이에도 'ㄴ' 받침이 붙었다. 그래, 서른이다. 2-1. 나태했던 1년간의 삶을 합리화하는데 '졸업논문'이란 참 좋은 핑계였다. 써놓고보니 별 것 아닌데도 그 핑계 하나로 온갖 게으름이 다 정당화되었다. 1년 내내 "논문 쓰니까"라는 마스터베이션과 "졸업하면 뭐하지"라는 고민 및 걱정만 하며 지냈다. 다독이니 건강이니 하는건 애초에 땡. 2-2. 아마도 올해는 선택을 해야할 시점일거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