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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중세 서양철학에서부터 내려오는 비유 중에 'Buridan's ass'라는게 있다. '뷔리당의 궁뎅이당나귀'란 뜻인데 이게 뭔고 하면 양쪽 길 끝에 당근(이나 건초)을 두고 갈림길에 배고픈 당나귀를 세워두면 얘는 양쪽에서 졸라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굶어죽을거라는 뭐 한귀로 들으면 말도 안 되는거 같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딱히 틀린 것은 아닌 이야기. (한국사회는 주로 점심메뉴를 고를 때 이런 상황에 봉착하곤 한다) 1-2. 그래서 평소 지론 중 하나는 쓸데없이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따라서 양쪽 사이에서 고민하느니 뭐든 하나 선택해서 밀어붙이는게 더 낫다는 것도 또 하나의 지론. 일단 하나 골라서 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도 알 수 있는거고 시간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는거 아니냐. 졸라게 계획만 세..
1. 이런저런 구구한 정당화야 해봐야 구차하기만 할테니 그런건 나아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꼼꼼한 성격도 아니고 더욱이 착실하지도 못한 성격이고 게다가 다소 비관적인 인생관까지 갖고 있다보니 조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참말로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몇 가지 결정적인 실수까지 겹치면서 이거 완전 민폐만 가득한 나날이었다. 2. 처음 들었던 생각은 아,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결과물은 항상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었고 시간 많이 들여 일하고도 제대로된 성과를 남기지 못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3. 밀려드는 일을 처리하고, 격식 갖춰 서류 정리하고, 책 찾아 자료 정리하고, 굳은 머리 주물러 디자인하고, 글쓰고, 퇴고..
1-1. 석사를 마칠 즈음 계속 공부를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였다. 학위논문을 쓰면서 스스로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거니와 GRE를 준비하며 돌아본 (역사공부에 필수라 할만한) 외국어실력도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틈틈이 하던 일에 GRE 공부까지 겹쳐 하루하루 허덕대던 끝에 목표한 점수를 얻어냈지만 시험을 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어쩌면 내 길은 공부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1-2. 능력 문제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돈이었다. 어찌어찌 학비까지는 집에서 보태어주셨지만 그 외에 대학원생의 수입이래봐야 뻔한 것이었다. 연구보조원하면서 매달 나오는 60만원이 조금 못 되는 돈으로 3년 반을 버텨냈다. 가외수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좀 기특하기도 하다. 그 돈으..
1-1. 얼마 전에 세미나 때문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 진보 성향을 문학비평계간지를 읽고 발제할 일이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거기에 쓰인 단어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와닿지를 않더라는 것. ‘87년 체제’, ‘연대’, ‘근대성’, ‘2013년 체제’... 아니, 아저씨들 많이 배우시고 똑똑하신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 말들이 지금 우리 사는거랑 상관이 있기나 한건가요? 1-2. 진보를 망하게 하는건 분열만이 아니다. 내 보기에 진보는 어려워서도 망한다. 아니 뭐 말은 많은데 이게 내 얘기를 하는건지 어디 올림푸스 산에 있는 얘긴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런 점에서 진보의 이야기를 (육두문자를 포함한)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김어준의 존재는 소중하..
1-1. 가히 '맛'의 시대다. 인터넷에는 맛집 블로그가 차고 넘치고 길바닥에는 TV에 안 나온 집이 없다. 너무 많아서 이제 신뢰감이 떨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뭐 암튼 많긴 많다. 물론 많다는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나부터 해서 소개팅 자리 물색할 때 그들의 덕을 많이 보니까. ㅋㅋㅋ 1-2. 당연히 문제도 있다. 그 많은 이야기들 그 많은 글들이 (의도했건 안했건) 그 많은 음식들에 너무 많은 수식을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근거없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된다. 2-1. 기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음식문화가 유구한 전통을 가진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맛을 두고 흔히들 매운 맛을 내세우곤 하지만 지금처럼 고추가 대중적으로 쓰인 것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