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928)
Dog君 Blues...
역사책을 주로 읽고, 격투기는 그저 주말 낮에 시청하는 취미 정도인 내가 이 책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격투기의 역사와 향후 전망...에 대해 말을 보탤 깜냥도 못 되고. 저자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니 대단히 수려한 문장이 가득한 책도 아니다.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을 말할 때 유독 문장이 강해지는 저자의 세계관에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익명으로 처리된 몇몇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읽고 그 이름을 추측해보는 재미는 있다. (실명이 공개된 사람이 딱 한 사람 있긴 있다.) 한국의 격투기를 오래 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그러할 것이다. 혹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한국 격투기의 역사를 써야 할 때, 현장을 뛰었던 당사자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사료史..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일본 군인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당대 일본 사회의 군사주의를 더듬어 본 책입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본디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일이지만, 2차 대전(특히 말기)의 일본군은 지금의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베니어 합판으로 만든 조악한 보트 '신요'나 내구도가 종이비행기 수준의 전투기 '제로센'으로 벌인 가미카제 같은 것 말이죠. 우리는 흔히 가미카제가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쉽게 정리하고 넘어가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식민지를 포함해서 당시 일본 인구가 1억은 족히 되었을텐데, 그 정도 규모의 사회공동체에서 어째서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관철된 것일까요. 동아시아에서 그나마 성공적으로 '근대화'를 달성..
장한업이 쓴 '차별의 언어'를 읽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불어불문학과와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언어습관들을 통해 우리가 시나브로 소수자, 특히 민족적 소수자(ethnic minority)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우리', '다문화' 같은 표현들에서 그런 현상을 포착해낼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다문화'에 대한 저자의 지적에는 밑줄을 그을만 합니다. 애초에 '다문화'라는 말은 '혼혈'이니 하는 표현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이 말 역시도 결국에는 차별과 배제라는 점에서 고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저자가 책 말미에서 잠깐 언급하는 '상호문화'라는 것이 어쩌면 그 대안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이 책의 목표는 단순하다. (...) 사람들이 '이국적'인 것만 연구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학문에서 나온 개념이 오늘의 세계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 나는 이제껏 일하면서 인류학의 용도를 절감했다. 이 책에서 설명하겠지만 나는 타지키스탄을 떠난 뒤 저널리스트가 되어 내가 배운 인류학을 토대로 2008년 금융위기와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 2020년 코로나19 범유행, 지속 가능성 투자(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옮긴이)의 급증, 디지털 경제 등에 관해 예견하고 이해했다. 한편 이 책에서는 인류학이 어떻게 기업의 경영인, 투자자, 정책 입안자, 경제학자, 기술 전문가, 금융인, 의사, 변호사, 회계사(정말이다)에게 가치 있는(있었던) 학문인지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실제로 인..
우스이 류이치로가 쓴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탕수육은 커피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거의 무조건 삽니다. 이에 관해서는 시중에 꽤 많은 책들이 나와있고 그 중 거의 대부분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이 책을 고른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커피의 역사에 관한 책이니, 늘 그랬듯 책을 사서 읽은 거죠. 커피의 역사를 다루었다고는 하지만 책의 내용이 다 똑같지는 않아서,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 조금씩 도톰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커피를 다룬 거개의 책은 커피 그 자체를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커피의 맛과 향이 사람들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를 유쾌하게 설명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