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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2022년의 독서 도전, 에릭 홉스봄 한 권 완독을 위한 사전 준비. 애초에 이런 평전 류에 흥미가 별로 없는 편인데가가 분량도 워낙에 많아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런던에 머무를 적에 에릭 홉스봄의 묘에 가니 어쩌니 호들갑을 떨었지만 고백하건대 에릭 홉스봄의 책을 많이 읽었다거나 평소에 그의 글에서 엄청난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에릭 홉스봄은 최근 들어서는 (대략 90년대 말 정도부터) 후배 연구자들이 마땅히 비판하고 넘어서야 할 '골리앗'에 가까웠던 것 같다. 마르크스주의 입장에 너무 충실한 그의 입장은 주변부 학계에 속한 나에게는 불만족스러울 따름이었고, 서구중심주의 혹은 고답적인 마르크스주의라고 비판하기에 딱 좋은 대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에릭 홉스봄의 학문 여정은..
제목과 내용이 정확히 일치하는 이 책의 판매고는 아마도 신통찮을 것이다. 논문을 쓰거나 읽을 일이 없는 대부분의 도서 소비자를 노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논문 쓰기를 업業으로 삼은 연구자를 독자로 상정하는데, 그 절대적인 숫자가 얼마나 되겠냐 말이다. 더욱이 '대중서'를 터부시하거나 혹은 연구자의 본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 학계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대중서'를 쓰려고 마음 먹은 연구자의 숫자는 다시 또 적어질 것이고. 그래서 이런 책을 쓴 저자와 이런 책을 낸 출판사가 놀랍다. 애초에 안 팔릴 것이 정해진 책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다. 특히, 논문을 갓 마무리한 나 같은 사람. 지난 겨울에 논문을 마무리한 후로 어디 가서 몇 번 학위논문에 관해 말할..
책을 읽고 거기에 말과 글을 보태는 것을 일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은 나에게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 옮긴다. 완전무결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평자들이 서평, 리뷰, 독후감 등을 쓰면서 책의 단점에 대해 애써 눈감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낯짝 사회'이기 때문이다. 책을 쓰고, 우리말로 옮기고, 만든 이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서평자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학계와 출판 동네의 범위는 의외로 좁아서 전혀 낯을 모르는 사람도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잠재적인 인터뷰 대상자와의 친밀한 만남을 꺼린다는 어느 방송인의 태도는 본받을 만하다. (...) (「또 한 권의 환경·생태운동 흠집 내기용 서적 -..
김학준이 쓴 '보통 일베들의 시대'를 읽었습니다. '일베'라는 이름이 세간에 등장했을 때의 놀라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런 말을 실제로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는 사람이 세상에 실제로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었죠.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하게 놀랐고, 그 이후로 일베는 언제나 문제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왜곡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저 역시도 그런 말과 글들을 보면 욕지거리부터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일베에 쏟아진 거개의 반응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일베가 문제적인 존재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말이죠. 저는 일베를 단지 악마화하고 타자화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해법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베 역시도 우리 사회 안에서 나타난..
김재원이 쓴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를 읽었습니다. 역사학 연구자가 꺼리는 일 중 하나는 통사通史를 쓰는 것입니다. 학문이란 것이 본디 전문화와 세분화를 전제로 하는지라 각각의 학문 연구자 역시 각자의 전문영역을 깊숙하게 파고 드는 식으로 자기 연구를 하기 마련이고 이는 역사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수천 년의 역사를 한 권(잘 해봐야 몇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그와는 상반되는 일입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단번에 꿰뚫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방대한 작업인데다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일반화와 추상화는 학문, 특히 역사학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왔던 방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현미경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던 사람이 갑자기 망원경을 들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랄까요. 그러한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