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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라디오나 책이나 신문이나 테레비에서 심리학자 내지는 심리상담 전문의가 하는 상담을 들어보면 어릴 때의 체험이라거나 가정환경 같은 것 이야기를 꼭 넣는다. 그 분들한테는 학문적 단군할아버지쯤 된다고 하는 (아니면 어떡하지;;;) 프로이드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어릴 적부터 우리는 거세공포니 구강기니 항문기니 하는 것들을 겪었노라고 말했던 것도 아마 그런 거랑 비슷한 것이지 싶다. 그런 이론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지금의 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은 일단 설득력이 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했던 석가모니가 아닌 다음에야 처음부터 완성된 상태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으니까. 1-2. 어디 사람 크는 것만 그..
1. 안도현은 시인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름 석자는 몰라도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는 싯구를 아니 본 사람은 없을게다. 2-1. 책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에는 눈이 잘 안 간다. 돈 주고 산 시집은 지금까지 딱 한 권인데, 아주 가끔 생각날 때마다 한 두 페이지씩 들추다보니 산지 10년이 넘었는데 여태 반이나 읽었나. 그러니까 나에게 시詩라는 것은 기껏해야 학교 다닐 적 교과서에서 보고 다른 글쪼가리에서도 좀 보는 정도. 2-2. 시는 잘 안 보지만 시인이 쓰는 글은, 읽기 전에 일단 (100점 만점에) 20점 정도 얹어주고 시작한다.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기본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쓰기 전에 일단 대상을 다섯 시간씩 뜯어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1-1.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양 극단 사이를 폭넓게 오간다. 도저히 존속할 수 없을 것 같은 체제와 그 속에서 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오른쪽 끝에 있다면, 깔끔하게 친일파를 청산하고 유례없이 성공적으로 토지개혁을 완수하여 사회주의의 이상을 그나마 현실에 가깝게 (잠시나마) 구현했던 국가라는 이미지가 왼쪽 끝에 있다. 오른쪽 끝의 이미지는 냉전을 통해 형성된 시각이었고, 왼쪽 끝의 시각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제 부역자들이 다스리고 영화를 누리는 남한에서 자란 청년들이 반공 파시즘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런 정통성에서 우월한 북한체제에 호감을 갖는 건 한편으론 당연한 일이었다.") 1-2. "양 극단 사이"라고 써놓고 보니, 그러면 그 사이의 스..
1-1. 어느 학과나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학과도 학교 처음 입학하면 '이 (자본의) 시대에 역사학의 필요는 무엇인가?!' 라는 거창한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이렇게 좀 거창한 질문을 던져줘야 선배고 교수고 좀 멋있어 보이잖아. 거창한만큼 진부하기도 한 질문이다. 질문이 진부하니까 답도 뻔하다. "과거는 있잖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주거든?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려면 과거 역사를 잘 알아야 되는거란다. 하하하." 1-2. 이런 답변이 멋있어 보이는 건 대학 신입생 때 정도까지만이고 짧게는 한 학기 아니면 암만 길어봐야 2년이 채 안 돼서 이게 거짓말과 아주 가까운 말이란 걸 알게 된다. 아니 시발 사마천이 '史記'를 쓰고나서도 벌써 수천년동안 그 많은 역사..
대학이고 뭐고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덜커덕 대학에 붙어버렸다. 별 생각 없이 본 수능에서 인생에 다시 없을 잭팟이 터졌고, 그 덕에 내신이고 논술이고 면접이고 없이 오직 수능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에 붙어버렸다. 우편으로 응시서류를 보내기만 했는데, 붙어버렸다. 팔자에 없을 것 같았던 서울 생활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게 서울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조차 세련된 서울 말씨를 구사하는, 그야말로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도시였다. 선배를 제외하고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 녀석이 있었다. 재수를 했다고 했고, 눈에 띌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다. 남녀 할 것 없이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빨간 낙타에 어버버-가 되곤 했던 나는, 아 서울 애들은 다 이런가보다 했다. (고등학교는 의정부에서 나왔..
지인 중에 아직 싸이월드 블로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 블로그 글을 볼 때는 Feedly를 이용하는데 언젠가부터 글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사람들 참 바쁜가보다...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별 생각없이 블로그로 직접 가보니... 응? 그간 글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뭐지 하고 슥슥 찾아보니 싸이월드 블로그가 RSS 기능을 꺼버린 모양이다. 아니 뭐여 그럼 그건 블로그가 아니잖아...하고 생각했는데, 이름도 '싸이홈'으로 바꼈네;;; (인터페이스도 많이 바뀌어 있다. 그것도 엄청 불편하게...) 싸이월드는 이제 RSS로 오가는 트래픽도 감당 못 하는 상황인가보다. 블로그의 시대도 이제 거의 끝나가는 이 판국에, 블로그의 일부 기능에 불과한 RSS의 트래픽도 감당 못 할..
그래, 요즘같은 겨울,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이 아니고... 오늘은 오꼬노미야끼 되겠다. 뜻하지 않았던 굴국 1승, 더더욱 뜻하지 않았던 김치지즈계란말이의 1패로 현재 스코어 1승 1패인 가운데, 세번째 도전은 오꼬노미야끼. 흔히 '오코노미야키'라고 표기를 많이 하지만, 뭐 나는 내 맘대로 소리나는 그대로 쓰겠다. 어쩐지 그래야 더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딘지 모르게 약간 욕 같기도 해서 발음도 잘 되는 것 같다. 그래, 오꼬노미야끼가 될지 야이개노미새끼가 될지 그래 한 번 해보자. 재료 (가격은 우리 동네 마트 기준...인데 영수증 잃어버려서 가격은 거의 생략) 오징어(2마리) : 4500원 - 오꼬노미야끼 한 판에 한 1/3마리 정도 들어간다. 계란 : 집에 있는 거 부침가..
1-1. 책이 책인만큼 신앙고백을 먼저 해야 될 것 같다. 대대로 우리 집안은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와는 무관하게 살아온 집안이었다. 사실은 무관한 정도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편에 가깝다. 할머니는 에이 교회쟁이들...하시면서 일주일 중에 하루를 교회에 꼬박꼬박 투자하는 것을 무척 못마땅해하셨고, 젊은 시절에 잠시 성경공부에 빠져들기도 했다는 아버지는 제사 안 지내는 것이나 '하나님 아버지' 같은 개념들에 대한 거부감을 끝내 접지 않으셨다. 그런 집안에서 자랐으니 나도 비슷하다. 성탄절 즈음해서 군것질거리 나눠준다는 말에 동네에 있던 교회에 잠시 기웃거렸던 정도를 제외하면 교회와 나는 대체로 무관하다. 음... '신앙고백'을 쓴다고 했는데 막상 쓰고 보니 이건 '신앙이 없다는 고백'이네. 1-2..
1박 2일짜리 엠티를 가면 이튿날 아침 풍경이란 어디건 대개 일정하다. 하는 것도 그렇지만 먹는 것도 대개 일정하다. 대충 삼겹살에 소주 좀 빨다가 고기 다 먹고 나면 과자 좀 먹다가 새벽 정도 되면 소주 안주로 맥주 마시는 개꽐라의 경지에 도달하다가... 아침 해장은 당연히 라면이고. 하지만 솜씨 좀 있다 하는 고학번이 따라와주면 그나마 좀 메뉴가 다양해졌는데 그 때 꼭 나오는 메뉴가 계란말이. 후라이팬에 기름이야 엠티 기본 장착이고 계란에 소금이나 케찹만 있어도 꽤 고급 안주가 되는 계란말이. 내가 참 계란을 잘 말았다. 계란물 간은 못 맞춰도 계란말이는 잘 말았다. 계란물이 너무 흥건해서 이건 아무도 못 말아! 할 때도 난 말아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숟가락 2개만 주면 무조건 말았다. 식용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