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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진보든 보수든 알고 보면 마 똑같더라...하는 식의 이야기가 이제는 좀 식상할 때도 되긴 했다. 이런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지도 한 2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정작 나오는 이야기는 20년째 답보 상태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전에 어디 워크샵에서, 그런 얘기 해서 제일 좋아한게 결국 조선일보 아니었냐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좀 냉소적인 것 같아도 그거만큼 제대로 짚은 이야기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보수주의자들은 그런 비판을 영리하게 내화시킨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이 씨발 왜 내 등에 칼 꽂아"하면서 감정적인 반론 펴기에 바빴으니까. 2. 엉뚱하게 이야기가 샜는데,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주 대단히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히는 어렵다는 것. 이 책을 읽을 때는 이 점을..
1. 우울하다. 매우 우울하다. 2. 사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오늘 상현씨가 내게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말을 했다. 언제는 기분이 성층권 뚫고 돌파하는 새턴V형 로켓트처럼 치솟아 오르다가도, 또 언제는 맨틀 뚫고 외핵 내핵까지 파고 들어가는 모구라 탱크 같다. 정말로 정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정도로 심하면 안 될 것 같다만은, 평생 이러고 살았는걸 인자 와서 우짜겠노. 3. 의외로 내 주변에는 독실한 신앙인들이 많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걸쳐 철저하게 냉담자로 살던 기원이가 어느 순간,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기쁨에 차서 내게 말하던 때의 눈빛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보다 조금 더 전의 나는 이데올로기가 세상을 구원할 거라 믿었지만, 그게 ..
1.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은, 요즘도 여전히 기분은 널을 뛴다. 어느 하루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기분 좋고 그러다가도 또 언제는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하고 의욕도 없어지고 힘도 없고 막 그렇다. 이런게 진폭이 커지면 조울증이 되지 싶은데, 아직은 그렇게 진폭이 안 크다. 오늘은 후자의 날이다. 2.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조지 레이코프의 '폴리티컬 마인드'를 집어들었다.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과학... 뭐 그런 공부를 한 사람이라는데, 서문만 본 지금으로서는, 책이 좀 어려울 것 같지만 동시에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기대가 된다.
1. 어떤 논증을 하는데 있어서 이렇다할 근거를 대는 것이 아니라 뜬금 없이 민족성을 들먹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러니까 '걔네들은 그냥 원래부터 그래'라는 식의 전가의 보도 같은 것에만 의지해서 근거를 댄다면 사실 그것은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같고, 그래서 그것은 매우 게으른 논증이 된다. 더욱이 거기에 감정이 들끓는 표현들까지 더해지면 안 된다. 진짜 그러면 안 된다. 2. 모름지기 학문이란 그러해야 한다고 믿는다. 끓어오르는 감정의 언어들을 꾹꾹 억누르면서, 차갑고도 정확한 언어만 고르고 또 고르고, 다듬고 또 다듬은 후에 쓰는 것이어야 한다. 3. 그러지 못하다면, 글 속에서 저자 자신의 입장은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글을 읽는 사람이 그것을 통해 과연 얼마나의 통찰을..
1. 황정은 소설 속의 세계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갑고 냉정하지만, 그 속의 사람들은 여리고 착하고 순하다. 세상에 대해 비관하고 아무런 기대도 걸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에 대해서만은 희망하고 낙관하고 싶어하는, 그런 악착 같은 고집 같은 것이 느껴진다. 2. 이런 식의 소설/글을 읽다보면, 늘 한 가지 질문이 공통적으로 떠오른다. '대체 어디까지가 자기 자신의 경험일까?' 3. 책을 읽다가 표현이 좋다거나, (별 이유 없더라도) 인상에 남거나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어딘가에 정리해두고 싶은 부분을 블로그에 갈무리해둔다. 다른 때는 안 그랬는데, 유독 황정은의 글은 일단 인용하면 두세 페이지씩 길게 인용하게 된다. 뭔가 이유가 있을 터인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 경우엔 다른 사람의 종이에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