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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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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은 얼핏 성질 급한 아재와 마음 느긋한 늙은 장인(匠人)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서사룰 완결짓는 것은 저자의 부인이다. "집에 와서 방망이를 내놨더니 아내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배가 너무 부르면 옷감을 다듬다가 치기를 잘 하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다듬잇살이 펴지지 않고 손에 헤먹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저자의 부인이 그러한 것처럼, 눈으로 봐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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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근현대사를 말할 때, 강달영은 다소 덜 조명받는 듯한 느낌이 있다. 아직도 보수색이 강한 지역 분위기상 대놓고 좌파인 그를 부각하기가 어려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강달영은 식민지기 진주에서 전개된 사회운동이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점에서 좀 더 고평가될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식민지기 진주의 젊은 지식인들이 운동의 전면에 조직적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3.1운동이었다. 강달영과 함께 진주의 만세운동을 조직했던 강상호, 김재화 등은 이후 형평운동의 주도세력으로 거의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후 형평운동은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뉘었고, 합법의 틀 안에서 머무르고자 했던 강상호 등과 달리 강달영은 '대놓고 좌파'의 길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다음은 우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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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두권씩 완독에 실패하는 책이 나온다. 내 지능수준으로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거나 혹은 너무 괴상한 이야기만 가득해서 책 읽는 시간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면 그 책은 그냥 덮어버린다. 2021년 첫번째 완독실패도서는 염상섭의 『삼대』.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려 있던 한 토막을 읽고서는 언젠가는 꼭 완독해야겠다고 마음먹은지 20년도 더 지나서 완독에 도전했는데, 대충 절반쯤 읽고 나서 그만 포기해버렸다. 뭐랄까, '나 정도면 그래도 젊은 이성에게 충분히 어필할만하지'라는, 40~50대 아재의 몹쓸 성적 판타지를 집약한 듯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거개의 설명은, 등장인물들의 위선적인 작태를 리얼하게 드러냈다...는 쪽이지만, 그런 것들을 보아내는 것 자체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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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에 서양을 방문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외국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도 해외여행 가면 누구나 실수담 하나씩 만들고 돌아오는데, 그런 정보가 전혀 없었던 백수십년 전에는 오죽했겠나. 수탈과 침략으로 점철된 한국근현대사에서 그나마 미소 머금으며 들을 수 있는 역사 이야기가 아마도 조선인의 서구 여행기일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그런가, 조선인의 서구 여행기는 많은 사람의 손과 입을 거쳐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디테일한 부분에서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에 우연히 그런 것 하나를 알아챘는데, 그게 뭐냐면... 1883년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일행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팰리스 호텔Palace Hotel에서 엘리베이터를 처음 탔을 때 지진이 난 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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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좋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SNS와 유튜브에는 이걸로 유명세를 떨치는 사람도 종종 있고, 독서토론모임을 상품화한 스타트업도 있다. 그러다보니 수준 이하의 역량을 가진 사람도 덩달아 셀럽이 되기도 하는데, 몇 년 전에 ㅇㅈㅅ이라는 이가 청소년용 추천도서목록이랍시고 돌리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 초5부터 고3까지의 추천도서목록에 장자니 칸트니 하는 것들로 떡칠되어 있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초등학교 5학년에게 추천도서랍시고 격몽요결과 퇴계 이황을 들이미는 게 제정신 박힌 인간이 할 짓인가. (책으로 이름 파는 사람 중에 '고전'부터 들이미는 사람은 일단 걸러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한국에서 고전이 받는 취급이 대체로 다 이렇다.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 덮어놓고 좋은 줄로만 하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