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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이처럼 3·1운동 해석에서 '민주주의'의 강조는 2019년의 한국 사회가 무엇보다도 천착하고 있는 가치를 3·1운동을 자리매김하는 데 활용되었던 강조점으로 '민족'이나 '민중'이 있었고, 이는 당대의 연구자들을 포함한 당시의 사회가 강조했던 가치와 무관하지 않았다. 지금 3·1운동을 역사 속에 고정시키는 개념, 중심을 찾는 무게추는 '민주'인 것일까? (...) 3·1운동에서 민주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오늘의 시민사회와 학술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런데 '민주주의'란 늘 현재진행형의 문제이며, 어떤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지금 한국 사회가 치열하게 논쟁 중인 문제이기도 하다. (...) 이러한 '현재라는 시선'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 다시금 1919년으로 돌아가보자. 정말로 3·1운..
"조선시대의 역사 속에서 특정한 사상, 특히 성리학을 조선시대 역사의 많은 현상을 일으킨 원인으로 파악하려는 시각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적절한 역사적 설명이라고 하기 어렵다. 첫째, 성리학은 그것이 조선왕조의 체제교학이었던 만큼 어떤 역사 현상과도 연결될 수 있는 공통 조건이다. 따라서 어떤 역사 현상이 성리학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공기에 산소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설명과 같이 사실상 쓸모없는 말이다. 둘째, 성리학은 그것이 조선시대의 모든 역사 현상과 연결될 수 있는 공통 조건이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과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수많은 다른 요소들과 얽히면서 다양한 양상으로 복잡하게 인과의 연쇄적 고리를 형성했다. 따라서 각 상황마다 성리학이 차지하는 비중과 모습과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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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7일에 기록했다. 그날은 경기가 있었던 정찬성과 박준용을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다시 나오지 않을 어마어마한 기록이 나왔다. 이날 기록에 더 마음이 좋은 것은, 마스크를 쓰고 달려서 세운 기록이라는 것. 운동용 마스크에 대해서는 조만간 자세하게 글을 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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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난감했는지 모른다. 특히 저자가 누군지를 알고 가장 크게 절망했는데, 한국 전력산업의 역사에 대한 저자의 내공으로 볼 때 내가 그와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구해서 읽어보니 (두 권 샀다...) 과연, 저자의 심후한 내공에 압도당해버렸다. 지금 쓰고 있는 학위논문을 꽤 많이 고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엇을 피해서 어디로 향해야할지 좀 더 명확해진 느낌도 든다. 앞서 걸어간 이들이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것을 주워담는 것도 뒤따르는 이들의 몫이라고 자위해본다.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은 꼭 내가 해내고 말리라고 다짐 또 다짐하면서... 2. 사실 전력산업의 역사...라고 하면 이 책이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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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A, ADM 116/6404. 문서를 뒤적이다보면 뜬금없이 사진 같은 것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무 단서도 없이 그냥 사진 한 장만 툭-하고. 이 두 장의 사진은 육하원칙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한다. 찍은 날짜도 장소도 없이 'Korean E.N.S.A.(한국인 위문단)'라는 짤막한 설명이 전부다. 함께 첨부된 다른 자료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서해안에서 배치되었던 영국 해군 소속 어느 함상이라는 것 정도만을 추측할 수 있다. 이국의 병사들이 둘러싼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는 저 사람, 그리고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춤을 추는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 나라를 도와주러 멀리서 온 병사들의 사기 진작에 이바지한다는 사명감에 여기까지 온 걸까, 혹은 이국의 남성들의 던지는 묘한 눈길에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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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더라, 무한도전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다. (내가 무한도전을 끊은 것이 아마 그때였을기야...) 무한도전이 원체 유명한 예능이었던 덕에 거기에 나왔던 설민석, 최태성 등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안그래도 자기 분야에서는 톱이었지만 무한도전 출연으로 기름을 끼얹은마냥 지명도가 올라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 기세로 설민석은 2014년에 『무도 한국사 특강』이라는 책을 냈고 어마어마하게 팔렸다. 읽어본 사람들 말로는 내용도 썩 나쁘지 않다고 한다. 서사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니 전달력이 좋고, 그러면서 여러 이론異論들도 비교적 충실히 소개한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2017년 11월에 개정판을 낸다. (지금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2019년 개정판이 뜨는데, 실제 개정판은 2017년..
https://youtu.be/d-wSu8FQG0c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복원'의 뜻은 '원래대로 회복함'이다. 그러니 '위안부' 영상을 컬러로 복원한다는 이 기사의 표현은 일단 틀렸다. 이 영상은 본래 흑백이었으니까.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내가 NARA 자료를 전부 다 본 것도 아니고...) 단어 선택이 쬐까 거시기한 것도 있지만 진짜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걸 한 이유다. 이 기사에서 말하고 있는 영상을 몇 달 전에 보고 뭔가 좀 어색하다는 생각을 했다. ‘위안부’를 담은 영상기록이라는 점에서 너무너무 소중한 사료이긴 했지만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병사가 주저앉은 여성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듯한 모습이나 여성의 팔을 굳이 일부러 들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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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은 얼핏 성질 급한 아재와 마음 느긋한 늙은 장인(匠人)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서사룰 완결짓는 것은 저자의 부인이다. "집에 와서 방망이를 내놨더니 아내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배가 너무 부르면 옷감을 다듬다가 치기를 잘 하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다듬잇살이 펴지지 않고 손에 헤먹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저자의 부인이 그러한 것처럼, 눈으로 봐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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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근현대사를 말할 때, 강달영은 다소 덜 조명받는 듯한 느낌이 있다. 아직도 보수색이 강한 지역 분위기상 대놓고 좌파인 그를 부각하기가 어려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강달영은 식민지기 진주에서 전개된 사회운동이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점에서 좀 더 고평가될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식민지기 진주의 젊은 지식인들이 운동의 전면에 조직적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3.1운동이었다. 강달영과 함께 진주의 만세운동을 조직했던 강상호, 김재화 등은 이후 형평운동의 주도세력으로 거의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후 형평운동은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뉘었고, 합법의 틀 안에서 머무르고자 했던 강상호 등과 달리 강달영은 '대놓고 좌파'의 길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다음은 우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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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두권씩 완독에 실패하는 책이 나온다. 내 지능수준으로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거나 혹은 너무 괴상한 이야기만 가득해서 책 읽는 시간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면 그 책은 그냥 덮어버린다. 2021년 첫번째 완독실패도서는 염상섭의 『삼대』.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려 있던 한 토막을 읽고서는 언젠가는 꼭 완독해야겠다고 마음먹은지 20년도 더 지나서 완독에 도전했는데, 대충 절반쯤 읽고 나서 그만 포기해버렸다. 뭐랄까, '나 정도면 그래도 젊은 이성에게 충분히 어필할만하지'라는, 40~50대 아재의 몹쓸 성적 판타지를 집약한 듯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거개의 설명은, 등장인물들의 위선적인 작태를 리얼하게 드러냈다...는 쪽이지만, 그런 것들을 보아내는 것 자체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