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930)
Dog君 Blues...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142kC/btq5h0P71pS/2cVl3yMvmcu5KRpg9bVGF0/img.jpg)
'역사가'라고 하면 어떤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까. 비전공자라 하더라도 김부식, 박은식, 신채호, 사마천, E. H. 카, 아놀드 토인비 같은 이름 중 적어도 하나둘은 어렵지 않게 댈 수 있을 거다. 다른 이름이 더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역사가'를 말하려고 하면 막상 떠오르는 이름이 몇 없다. 분명히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역사연구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을텐데 말이다. 나는 우리시대의 역사가를 말할 때, 김용섭의 이름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농업과 농업경제의 역사에 천착한 그의 연구는 단지 연구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의 농업사 연구는 '식민사관'을 극복하는데 특히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방대한 연구를 아주 간략하고 거칠게 요약..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nZmIT/btq5hjPCosr/kRstk0YspZrmEQy2Xpojsk/img.jpg)
하루 세 번, 매일 먹는 밥에도 길고긴 역사와 문화는 켜켜이 쌓여있다. 밥 벌어먹는 일상은 늘 지겹지만 그 시간과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 그 일상도 조금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대단한 고준담론이나 복잡한 사료검증도 좋다만, 가끔은 이렇게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 좋을 때가 있다. 이런 책 한 권 읽어두면 어디 가서 아는 척하며 한 마디 거들기도 좋고. 서울역사편찬원에서 내는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다 재미있다. 무엇보다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다. 왕실 혼례, 제례, 음식, 복식, 주택 정도까지는 그냥저냥 끄덕끄덕했는데, 최근에 야구, 농구, 배구까지 나오는 거 보고는, 야 이거 진짜 대단하구만... 하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다음에는 또 뭐가 나올랑가) 서울역사편찬원(옛 서울..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fK4So/btq5nfseuzE/ETdBjLySoLmnoZLPNgaHj1/img.jpg)
한국 근대공원의 역사는 짧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공원에는 나이테가 없다. 리모델링이라는 과거를 지우는 행위와 그 사이에 남겨 있는 시간 층위를 무시하는 복원과의 충돌이 동시대에 있다. (...) (10쪽.) 조선에 조성된 신사의 입지적 특징을 살펴보면 일본과 조선에 위치한 신사의 장소 특성이 달랐다. 일본에서 신사는 대부분 숲으로 둘러싸여 신성성을 확보했다면, 식민지 조선에 도입된 신사는 산의 능선에 입지하여 조망권을 중요시했다. 대구신사와 경성신사는 요배소만 설치된 당시에는 위요된 입지로 조용하고 엄숙한 공간 성격을 유지했다. 경성신사에서는 남산의 자연스러운 지형이 신사 주변을 위요하는 형태이며, 대구신사에서는 달성토성이 위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신사의 공간 영역과 규모가 확장되면서 공간 성격은 변..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zO7Xl/btq5k0hFY8r/B13nkVvgp59VrGp7l8GPwK/img.jpg)
(...) 아라비아인들은 산악지대 인근에서 관개용 수로까지 갖추어 놓고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를 카와qahwa라고 불렀는데, 아라비아어로 술을 뜻하는 이 단어에서 커피라는 말이 유래되었다. '커피'라는 명칭의 어원으로 주장되는 단어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에티오피아의 카파Kaffa라는 지역명, 아라비아어의 쿠와quwwa(힘)라는 단어, 카트khat라는 식물로 만든 음료명인 카프타kafta 등이 그것이다. (41~42쪽.) 메카Mecca의 젊은 통치자, 카이르 베그Khair-Beg는 자신을 조롱하는 풍자시들의 근원지가 커피하우스임을 알게 되자 커피도 음주처럼 코란에 불법으로 규정해 놓아야겠다고 마음먹고는 자신의 종교, 법률, 의학 고문들을 설득하여 동의를 얻어냈다. 결국 1511년에..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c9uQw/btq5h0JlkVG/r9JxmQUP0je497StkKvtok/img.jpg)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는 젬병이었다. 그런 내가 몇 년 전부터 달리기를 취미로 하고 있는 것은 퍽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와 달리, 나는 내 첫 달리기를 기억하지 못한다. 달리기 앱에 기록된 첫 기록은 2018년 5월 14일이지만, 나는 이미 그 전부터 달리고 있었다. (앱을 다운받고 회원가입한 것은 그보다 4개월 전이었다.) 2017년 가을께 진천에서 신규자 교육을 받던 몇 주 동안은 새벽에 숙소를 나가서 어둑어둑한 밭둑길을 한참 달린 후에 하루일과를 시작했다. 그 전에, 2015년부터는 직장에 있는 체력단련실의 트레드밀 위에서 줄창 뛰었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또 그 전에, 2012년 즈음에 성수동 살 적에는 청계천변을 달렸다. 그리고 또 그 전에는, 점심 먹고 나서 학교 근처 구립체육..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P92pW/btq5pELjlim/XnddDg9zqKSQP83XkKtnQ0/img.jpg)
내가 아는 한, 달리기보다 간단한 스포츠는 없다. 어떤 지점에서 또다른 어떤 지점까지 가장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 외에는 규칙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간단한 운동을,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할 수가 없었다. 800m 이상 달리면 자궁이 뒤틀릴 거라는 둥, 호르몬이 교란돼서 털이 부숭부숭 날 거라는 둥, 지금 봐서는 무슨 이런 개소리가 다 있나 싶지만..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dhnTw/btq5oT9MhDi/nyxNS1LVS33iGzf7MGZ6z1/img.jpg)
아는 척 하며 몇 마디 얹어보려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 책을 나의 문장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역사가 정의와 불의를 판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한, 그리고 그러한 정의를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는한, 심지어 그런 이들이 권력까지 가지고 있는한, 이 책은 계속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비슷한 상황이 다시 우리 앞에 주어졌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 나치의 지배를 용인하거나 협력하는 그러한 형태의 기관원을 단순히 이분법적 구조에 따라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를테면 피지배자가 나치가 시행한 격리와 억압 정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경우 말이다. 이들은 나치의 관계를..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qU0Y3/btq5kZb0avH/HBZGNGjK8JmHCu67Mt3GP0/img.jpg)
내가 하는 팟캐스트가 여성 저자에게 유독 박한 것 같다는 감상을 일전에 본 적이 있다. (트위터였나...) 처음 그 감상을 읽었을 때는 솔직히 좀 억울했다. 저희가 책을 고를 때 저자의 성性은 특별히 염두에 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유독 그 지적은 계속 기억에 깊이 남았고, 지금도 가끔 그 지적을 곱씹곤 한다. 정확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뭐 암튼 그렇다. 저자의 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책을 골랐는데도 결과적으로는 남성 저자의 비율이 압도적이라면, 그건 아마 역사학에서 활동하는 남성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일 거다. 저는 역사학이란 본질적으로 진보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역사학마저도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니까 대단한 권력..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iPanN/btq5pYiBAIL/sjtFgiU9EG509JqqaLWyu1/img.jpg)
소외받고 상처받은 자들이여, 이리로 오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살짝 식상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 살벌하고 야멸찬 세상에서 그나마의 인간성이라도 버리지 않고 버티려면 이런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수혈해줘야 된다. (가을방학의 '사하'를 배경음악으로 깔면 좋겠으나... 하아... 아오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진경아. 섣부른 불안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20쪽.) (...) 사라가 불..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KoAJZ/btq5lyetWI1/j0yb7pcGS9qo1Sz3fAmnuk/img.jpg)
숫자에 대한 강박이 있다. 어려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때는 매일 점심시간 때마다 시간을 신경 쓰느라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 12시 34분 56초가 될 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루가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카시오 전자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그 시계의 숫자가 1부터 6까지 일렬로 늘어서는 순간을 기어이 봐야했던 것이다. 그걸 놓치면 기분이 상하게 되니, 혹시라도 못 보게 될까봐 12시 20분쯤부터는 서서히 긴장되기 시작해 계속 시계를 반복해서 체크해야 했다. (지금은 점심 잘 먹는다. 아예 시계를 차지 않은 지도 20년이 넘었다.) (43쪽.) (...) 「희생」의 필름은 모두 17롤인데, 크기에 따라서 마치 탑을 쌓듯 정성스레 쌓아 올렸다. 그리고 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