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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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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후배가 찾아오면 사학과 대학원생은 누구나 다 대학원 진학을 만류한다. 왜 그런지는 (매우 익숙한) 아래의 짤로 대신하고...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이란 이미 대학원 진학을 마음 속으로 결정한 후에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선배들에게 질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런 고민을 털어놨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민이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려도 올 놈은 오더라...'라는 것이 이 동네 격언이지.) 그래서 나는 그런 고민을 들으면, 그냥 대학원 가라고 한다. 내가 말린다고 안 올 놈이 아니니까. 대신 '앞으로 네가 공부를 그만둘 때까지, 네가 공부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보다는 너로 하여금 공부를 그만두게 만드는 힘이 훨씬 더 클거다. 미리 각오해라. 그걸 이겨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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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측면에서 2021년은 그냥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뛰기는 했지만 2019년이나 2020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고 그나마도 하반기에는 거의 달리지 않았다/못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보낸 시간 동안 근육은 빠지고 뼈는 약해졌으며 뱃살은 늘어지고 폐활량은 줄었다. 결국 10kg 가까이 늘어난 몸무게 숫자만 남았다. 아침마다 10km씩 너끈히 달리던 거리는 1km만 뛰어도 뼈마디가 쑤시는 지경이 됐고, 12km/h를 넘나들던 속도는 10km/h로 추락했다. (첨부한 이미지로는 8km 가까이 달린 것처럼 되어 있지만, 저 거리도 쥐어짜고 쥐어짜서 저만큼이나 나온 거다.) 그러니까 한 4년쯤 전에, 이제 좀 본격적으로 뛰어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그 때의 수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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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 때 진화론에 꽂혀서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 읽은 적이 있다. 특히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의 책(『풀하우스』와 『여덟마리 새끼돼지』)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 덕에 2019년에 장대익 번역으로 나온 『종의 기원』 초판 완역본을 영국에서 주문하고 어쩌고 하는 생난리를 치고 그랬지. 1-2. 본 투 비 문과인 내가 진화론에 그토록 꽂혔던 것은 진화론이 사회과학에 끼친 영향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노무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 말이다. 물론 엄밀히 따져서 다윈의 진화론과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은 다른 기원을 가진 별개의 논의였지만 어쨌거나 그게 19세기 어느 시점에 서로 만나서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일으켰고 그 후과는 21세기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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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논문이 끝났다. 학교 도서관에는 진작 납본을 마쳤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중앙도서관 같은 곳에도 갔을 거고, 주변 분들께 드릴 인쇄본까지 찾아왔다. 이제는 빼박이다. 활자화되어 내 이름 달린 논문이 이미 세상에 나와버린 것이다. 날짜 맞춰 졸업증만 받으면 서류상으로도 다 끝난다. 여기까지 온 느낌은, ‘잘 모르겠다’가 절반, ‘부끄럽다’가 나머지 절반인 것 같다. 뭐가 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고, 실감도 안 난다. 이걸 쓴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니까. 박사 타이틀 달았다고 해서 뭐가 대단히 달라지지도 아닐 것이다. 나는 여전히 서투르고, 확신 없는 놈이다. 논문 한 편으로 세상을 다 뒤집어버릴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진작에 없어진지 오래고. 무엇보다, 부끄럽다. 지도교수님과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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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미국의 주류 담론으로 성장한 1980년대 램지어는 법경제학을 일본으로 확장했고 일본 경제성장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발전경로 위에 놓고자 했다. 올린재단의 지원 속에서 그는 관료 주도의 발전국가 및 경제계획, 독점적 은행 및 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일본 경제불황에 대한 탈규제 책임론에 도전했고 일본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미국과 일본에서 영향력 있는 법경제학자로 성장한 램지어는 선례를 따라 경제적 분석을 비경제적 영역에 적용했고, 그 결과물이 「태평양전쟁(의 성 계약)」이었다. 모든 것을 경제적 계산으로 환원해버린 그의 학문적 세계에서 식민지 관계와 젠더의 '역사'는 사라져버렸다. (김승우, 「미국 신자유주의의 역사 만들기 - 시카고학파와 '램지어 사태'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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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역사학 언저리에서 20년 가까이 얼쩡댄 경험으로 말해보자면, 역사학은 기술skill이라기 보다는 태도attitude에 가깝다. 취직이 잘 안 된다는 둥 하는 이야기들도 그런 특성에서 비롯하는 것이고, 사학과 학부 마쳐봐야 공학이나 법학처럼 뭔가 뚜렷한 기술을 배우는 게 없으니 일정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그 '태도'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태도'가 있냐 없냐에 따라 세상 모습도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학과에서 배우는 '태도'란,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디테일에 주목하는 자세다. 어떤 개념이든 문화재든 서적이든, 내 눈 앞에 있는 물리적 실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체가 만들어져서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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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마흔이 됐지만 여전히 뭐가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모르는, 난생 처음 마흔살이 되어버린 이의 분투기…가 아니고 애 다 키운 갱년기 여성을 위한 ('여성XX' 같은 잡지에 실려있을 것 같은 글을 모은) 자기개발서였다;; 고로 나에게는 필요 없는 책이었다 뭐 이런 얘기… 페이스북과 소셜 미디어는 20년 전 잡지가 했던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제 잡지에서 낯선 이들의 집과 테이블, 복근의 번쩍이는 이미지를 보는 대신 휴대폰 화면에서 친구와 이웃의 집과 테이블, 복근의 번쩍이는 보정된 이미지를 보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같다. 우리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더 나쁜 것은 우리에게 열등감을 심어주는 존재가 신디 크로포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막연하게 얼굴이 떠오르는 어린 시절 친구가 지금은 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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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온 사학과는 세상의 변화에 꽤 둔감한 편이었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2000년대 초반에 다른 과에서는 일찌감치 PPT나 프레지로 발표수업을 했고 개중에 재주좋은 학생은 음악이나 동영상까지 활용했던 반면, 나는 2007년에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그런 발표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오로지 한글 문서로 쓴 발표문만... (OHP를 쓰기도 했는데, 그거 얘기하면 더 옛날 얘기지 뭐...) 나란 사람, 그런 사람이다. 메타버스, 메타버스,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게 -bus인지, -birth인지, -verse인지도 모르고 살았더랬다. 그러다 잠시 여유가 생긴 참에 뭐라도 하나 배워보겠답시고 이 책을 골라들었다. 물론 역사학이란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굳이 메타버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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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절반까지는 '그래 나도 이렇지 ㅋㅋㅋ'하며 공감하며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니 난 이정도는 아닌데;;'하며 읽었다. 『향수』의 독서광 버전이라고나 할까. 라인홀트는 11월의 이슬방울처럼, 얼어붙은 듯 그렇게 몇 시간을 아버지의 서가에 서 있었다. 스무 권의 책을 고르는 동안 트렁크에 책을 넣어다가 다시 꺼내기를 수차례 되풀이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바다에서 죽은 자들』을 집어들었다가는 이내 내려놓았고, 엔첸스베르거의 『늑대들의 옹호』는 별 소용도 없는 스물한번째 자리만을 거듭 차지했다. (물론 어머니가 몰래 넣은 성경의 경우야...... 그 다음은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분량이 너무 많았다. 전권을 모두 챙기려면 괴테 전집의 절반을 포기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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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 국립문서관에서 한참 자료를 열어보던 재작년 언젠가, 총리실 문서군(PREM)에서 모니카 펠튼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접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북한을 방문하여 피해 상황을 조사한 그에 대하여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한 내용이었다. (안타깝게도 검토의 결과까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과문한 편이기 때문에 나는 그 문서를 통해서야 비로소 모니카 펠턴과 국제민주여성연맹(Women’s International Democratic Federation, WIDF, 국제여맹)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https://discovery.nationalarchives.gov.uk/details/r/C201799) 그리고 다시 그 이름을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나온 김태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