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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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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에 서양을 방문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외국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도 해외여행 가면 누구나 실수담 하나씩 만들고 돌아오는데, 그런 정보가 전혀 없었던 백수십년 전에는 오죽했겠나. 수탈과 침략으로 점철된 한국근현대사에서 그나마 미소 머금으며 들을 수 있는 역사 이야기가 아마도 조선인의 서구 여행기일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그런가, 조선인의 서구 여행기는 많은 사람의 손과 입을 거쳐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디테일한 부분에서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에 우연히 그런 것 하나를 알아챘는데, 그게 뭐냐면... 1883년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일행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팰리스 호텔Palace Hotel에서 엘리베이터를 처음 탔을 때 지진이 난 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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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좋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SNS와 유튜브에는 이걸로 유명세를 떨치는 사람도 종종 있고, 독서토론모임을 상품화한 스타트업도 있다. 그러다보니 수준 이하의 역량을 가진 사람도 덩달아 셀럽이 되기도 하는데, 몇 년 전에 ㅇㅈㅅ이라는 이가 청소년용 추천도서목록이랍시고 돌리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 초5부터 고3까지의 추천도서목록에 장자니 칸트니 하는 것들로 떡칠되어 있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초등학교 5학년에게 추천도서랍시고 격몽요결과 퇴계 이황을 들이미는 게 제정신 박힌 인간이 할 짓인가. (책으로 이름 파는 사람 중에 '고전'부터 들이미는 사람은 일단 걸러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한국에서 고전이 받는 취급이 대체로 다 이렇다.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 덮어놓고 좋은 줄로만 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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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초기 역사에 대해 의외로 아주 좋은 레퍼런스다. '케파(Kefa)’가 '커피(coffee)’의 어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커피는 '불쾌하다’는 뜻을 가진 아랍어 'q-h-w-y’에서 파생한 '카와(qahwa)’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견해가 더 일반적이다. 카와는 원래 음식을 시큼하게 만드는 포도주를 의미했으며, 나아가 잠을 쫓는 커피에도 이 말이 쓰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커피를 지칭할 때 '커피’와 비슷한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커피를 원두, 즉 '빈(bean)’을 뜻하는 부나라고 부른다. (...) (29쪽.) 도시에서 자란 나는 아베라에게 염소가 그런 열매를 먹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염소라면 보통 풀 종류를 더 좋아하지 않던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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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세계가 비틀거려도, 주인공들이, 내 곁의 친밀성이 이렇듯 단단한 한 안전하지 못할 리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손과 손이 연결돼 있는 한, 불타는 건물에서 탈출하지 못할 리 없다. 마지막까지 손잡고 있는 한, 누군가 다치더라도, 마음까지 다 붕괴할 리 없다. 정세랑의 주인공들은 안전핀처럼 안전하다. 성실하고 관대하고 유머러스하다. 끝끝내 제정신으로 공정하고 친절하다. 가장 낙관적인 주인공인 ‘보건교사 안은영’의 말마따나 그들은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다고 생각한다(『보건교사 안은영』). (...) 그들은 일종의 종결자들이다. 악의를 퍼뜨리기보다 악의를 온몸으로 받아내기를 택하는 사람들이다. 남편이 화물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인데도 화물 노조 파업 현장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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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은 한정적이다. 기껏해야 1년에 수십 권이고, 좀 많이 읽는다는 분들도 100권을 조금 넘는 정도다. 그런 속도로 10년을 꼬박 투자한다 해도 결국 수백 권 남짓을 읽을 뿐이다. 이렇듯 독서를 위한 시간과 재화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 책은 하루에도 수십수백권이 쏟아져 나오니, 시지프스도 아니고 이게 뭐야... 그러다보니 독자에게 독서란 끝모를 망망대해에 조각배 저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가는 방향이 옳은지도 모르겠고... 그런 독자에게 서평이란 좋은 나침반과도 같다.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친절히 안내해주는 가이드이자, 내가 느낀 바를 견줘볼 수 있는 말벗이 되어주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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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와중에, 무척 훌륭한 선행연구 모음집을 발견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전 국민의 과학화운동'을 공식 제창한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소상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그와 관련된 사업이 과학기술처 주도로 추진되고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전 국민의 과학화운동'이 제시되었다 해도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과학기술처가 추진하던 예전의 사업이 '전 국민의 과학화운동'으로 불리며 그대로 이어졌던 것이다. 과학기술 풍토 조성사업의 규모가 이전보다 커지고 국가 차원의 주목을 좀 더 끌었을 뿐이다. 이처럼 '전 국민의 과학화운동'은 박정희 대통령의 주창으로 그 이름이 공식화되긴 했으나 그 주요 사업은 과학기술계에서 이미 벌이고 있던 것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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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금('전차금') 때문에 '자유 폐업' 규정은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려웠다. 창기는 대개 그런 규정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설령 알고 있더라도 창기가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우선 창기가 경찰에 폐업을 신고할 때 업자 등의 방해가 매우 심했다. 만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운 좋게 폐업계가 수리되었다고 해도, 이번에는 업자가 민사재판을 걸어 선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선금을 성판매로 갚도록 하는 계약은 당시 일본 민법상으로도 위법이었다. 그러나 재판소는 이 계약을 형식상 창기가업 계약과 금전대차상의 계약으로 나누어 전자는 위법이지만 후자는 유효하다며 결국 선금 반환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돈을 갚을 수 없는 창기는 공창제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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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타임라인이 ㅇㅅㅇ의 헛소리로 살짝 시끄러웠다. 이 주장을 굳이 논박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애정해 마지 않는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에서도 계속 지적했듯이) 이 주장이 '존재하지 않는 허수아비 때리기'이기 때문이다. "3.1운동은 알고 보면 엄청 폭력적이었어!"라고 말하지만, 진지하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 그 누구도 3.1운동이 순수하게 비폭력적인 운동이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만세운동 와중에 순사나 면장을 두들겨 팬 사례가 부지기수고 주재소가 관공서가 습격당한 경우도 많다. 그 모든 것들이 다 만세운동의 일부였다는 점은 근래의 연구자라면 누구나 다 동의하는 내용이다. 그러니 ㅇㅅㅇ 같은 치들에게 반박한답시고 "3.1운동은 비폭력이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완전히 평화롭고 비폭력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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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건 아니건 간에 어떤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거나 혹은 더 나아가 그것이 옳은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했노라고 자기합리화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죄책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돌아왔을 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쪽이 어느 쪽인지는 명백하다. 이렇게 쓰고 보면 누구나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할 것 같지만, 글쎄... 대체로 우리는 후자의 사람들을 두고 별 것도 아닌 일에 마음을 쓰는 도덕주의자 내지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라고 냉소하지 않나. 내가 무엇을 꿈꾸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뭘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생명을 다루고 연구할 자격이 내게는 없다는 점이었다. 그것을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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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은 한국역사연구회 웹진에 실렸다. (링크) 서점에서 가야를 다룬 역사책을 보면 '미완의'란 수식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완의 제국 가야', '미완의 왕국 가야' 등등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가야에 대한 상식 중 가장 보편적이면서 그 실상과는 가장 동떨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미완'이란 말은 곧 가야가 완성되지 못한 어떤 실체였음을 말한다. 이때 가야라는 나라가 이루었어야 할 완성이란 고대국가를 말한다. 가야와 같은 시기에 존재했던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는 중앙집권적 고대국가로 완성됐지만, 가야는 중앙집권적 지배 체제를 갖추지 못했기에 고대국가의 이전 단계에 머물렀으며, 이 때문에 백제와 신라 사이에 끼여 시달리다가 멸망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