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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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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달리기보다 간단한 스포츠는 없다. 어떤 지점에서 또다른 어떤 지점까지 가장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 외에는 규칙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간단한 운동을,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할 수가 없었다. 800m 이상 달리면 자궁이 뒤틀릴 거라는 둥, 호르몬이 교란돼서 털이 부숭부숭 날 거라는 둥, 지금 봐서는 무슨 이런 개소리가 다 있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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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 하며 몇 마디 얹어보려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 책을 나의 문장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역사가 정의와 불의를 판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한, 그리고 그러한 정의를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는한, 심지어 그런 이들이 권력까지 가지고 있는한, 이 책은 계속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비슷한 상황이 다시 우리 앞에 주어졌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 나치의 지배를 용인하거나 협력하는 그러한 형태의 기관원을 단순히 이분법적 구조에 따라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를테면 피지배자가 나치가 시행한 격리와 억압 정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경우 말이다. 이들은 나치의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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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팟캐스트가 여성 저자에게 유독 박한 것 같다는 감상을 일전에 본 적이 있다. (트위터였나...) 처음 그 감상을 읽었을 때는 솔직히 좀 억울했다. 저희가 책을 고를 때 저자의 성性은 특별히 염두에 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유독 그 지적은 계속 기억에 깊이 남았고, 지금도 가끔 그 지적을 곱씹곤 한다. 정확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뭐 암튼 그렇다. 저자의 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책을 골랐는데도 결과적으로는 남성 저자의 비율이 압도적이라면, 그건 아마 역사학에서 활동하는 남성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일 거다. 저는 역사학이란 본질적으로 진보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역사학마저도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니까 대단한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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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고 상처받은 자들이여, 이리로 오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살짝 식상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 살벌하고 야멸찬 세상에서 그나마의 인간성이라도 버리지 않고 버티려면 이런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수혈해줘야 된다. (가을방학의 '사하'를 배경음악으로 깔면 좋겠으나... 하아... 아오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진경아. 섣부른 불안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20쪽.) (...) 사라가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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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대한 강박이 있다. 어려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때는 매일 점심시간 때마다 시간을 신경 쓰느라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 12시 34분 56초가 될 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루가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카시오 전자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그 시계의 숫자가 1부터 6까지 일렬로 늘어서는 순간을 기어이 봐야했던 것이다. 그걸 놓치면 기분이 상하게 되니, 혹시라도 못 보게 될까봐 12시 20분쯤부터는 서서히 긴장되기 시작해 계속 시계를 반복해서 체크해야 했다. (지금은 점심 잘 먹는다. 아예 시계를 차지 않은 지도 20년이 넘었다.) (43쪽.) (...) 「희생」의 필름은 모두 17롤인데, 크기에 따라서 마치 탑을 쌓듯 정성스레 쌓아 올렸다. 그리고 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