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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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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그때 유엔군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북한군의 승리로 끝났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사회는 지금 북한의 모습과는 다르겠지만, 그러핟고 지금 남한 수준의 경제력과 민주주의가 보장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이 참전군인들에게 빚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만약 기념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면 제 마음속의 저항은 훨씬 적었을 것 같습니다. “영국군 장병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발전할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왜 이른바 ‘진보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이 기념비를 만든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름으로 노무현이나 김대중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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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죄수의 딜레마는 세상을 설명하는 절대 법칙일까? 심리학자 리 로스(Lee Ross)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살짝 비틀어서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 준다. (...) 애초 그다지 다를 게 없었던 평범한 사람을 나눈 두 집단의 반응은 극적으로 달랐다. (...) '이타주의'를 상징하는 '공동체', 그리고 '이기주의'를 상징하는 '월스트리트'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행동이 바뀌었다. 경제학자 아이리스 보넷(Iris Bohnet)과 브루노 프레이(Bruno Frey)의 실험도 흥미롭다. (...) 이런 심리 실험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애초 '신뢰'가 중요하다는 신호를 주거나(이것이 공동체 게임의 핵심이다.) 자신의 평판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 사람은 대부분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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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분만 병원이 없는 시군구는 48곳으로, 전국의 229개 시군구 중에서 21%에 이른다. 신생아 10만 명 출생당 산모사망 수를 의미하는 모성 사망률의 경우, 전국 평균이 14명이고 서울은 10.8명인데, 강원도는 34.6명이고 충북은 27.6명이다. 모성 사망률이 높은 곳은 대부분 분만 취약지와 일치한다. 분만 취약지의 모성 사망률은 1970년대 전국 평균치와 비슷하다. 이는 임산부 관리 수준이 40년 후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쪽.) 한국의료의 더욱 큰 장점은, 이처럼 양호한 국민 건강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의료비를 매우 적게 지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 의료비를 적게 쓴다고 해서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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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석탄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는 1966년 11월 주유종탄主油從炭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었다. 무연탄 위주의 난방 연료를 유류(벙커C유)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주유종탄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연탄 파동이었다. 1965년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서 소비지의 저탄량이 40여 만 톤에 불과하여 연탄 가격이 폭등하였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비수기인 여름에도 연탄 수요가 급증한 데다가 1월 초 한파가 급습하자 서울에서조차 연탄을 구입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원인은 철도 수송에 있었다. 당시 생산지에는 85만 톤이 저탄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인욱 전 강원산업 회장의 전기에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1964년에 건립한 울산석유화학 공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첫 작품이나 석유의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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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백신이라도 특정 개인에게서는 면역을 형성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같은 일부 백신은 다른 백신들보다 효과가 좀 떨어진다. 하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신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서 전파가 멎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감염을 모면한다. 자신은 백신을 맞았지만 미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 자신은 맞지 않았지만 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보다 홍역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건 그 때문이다. 미접종자는 자기 주변의 몸들, 질병이 돌지 못하는 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 반면에 질병을 간직한 몸들에게 둘러싸인 접종자는 백신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나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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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국인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서는 ‘걸음마’를 시작했다. 비록 음료 한 잔을 고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젊은 세대들은 “빵 고르듯 살고 싶다”며 취미를 추구하는 넓게 보면 자신의 취미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되고 있다. (…) 자기만의 것을 즐기려면 타인과 공동체의 인정이 따라주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시도할 때 곧바로 무시당한다면 사람은 주눅 들게 되고, 위험을 피해 타인들의 욕망을 따라가는 길을 선택한다. (…) 반면 자기의 기호를 한번 시험해볼까 하고 런던포그의 복잡한 커스텀을 주문할 때 그것을 즐겁게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이 비록 매장의 파트너라 할지라도 상황은 달라진다. 자신에게 최적의 메뉴를 찾는 작업의 시작은 공동체의 인정에서 시작된다. 그럴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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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부정론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이나 구성주의보다는 실증주의를 따르는 전통적 역사 방법론에 더 의지하고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이 부정론자들은 필요할 때 서슴없이 포스트모더니즘이나 구성주의를 받아들인다.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역사적 진실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서 자료가 없거나 사라진 상황에서는 실증주의가 이들에게는 한층 더 유리한 무기이다. ‘있음’을 증명하기보다는 ‘없음’을 지키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정론자 어빙이 증인의 기억이 사실과 어긋난다 하여 그것이 가짜는 아니며 때때로 ‘진실(목격자의 기억)’이 ‘사실’과 어긋나기도 하는 ‘아우슈비츠의 아포리아’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48쪽.)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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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통찰을 꼭 역사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30년대의 민생단 사건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로는 김연수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에 비길만한 것이 없고, 문화혁명기 중국의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드러내기로는 위화의 에세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만큼 훌륭한 글도 드물다. 개인적으로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을 보고서 역사를 바라보는 제 관점이 크게 바뀌기도 했고. (그러고보니 이 영화의 원작자도 위화.) 딱딱한 연구서 외의 역사책을 권해달라고 부탁할 때 나는 이들 책을 떠올린다. 켄 리우의 소설집 『종이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어느 독서 팟캐스트에서 소개하는 것을 듣고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이게 웬걸, 『종이 동물원』은 2019년에 읽은 책 중에서 수위를 다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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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2차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은 서로 맞붙어 싸웠지만 인종적, 민족적 소수자를 동원하는 이데올로기는 공히 인종주의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미일 양국의 인종주의가 '거친 인종주의'에서 '친절한 인종주의'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번째 주장, 즉 같은 인종주의라 하더라도 그 내부에는 훨씬 더 복잡한 결이 있음을 지적한 부분이 흥미롭다. 아마도 그것이 인종주의적 폭력이 피식민민족(혹은 인종적 소수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유도하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지적은 식민권력이나 독재권력에 대한 부역의 문제를 논할 때도 꽤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미국의 일본인과 식민지의 조선인을 동등하게 비교하는 이 책의 기본적인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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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년의 일이다. 늦감자 수확을 앞둔 10월의 어느 날, 아일랜드의 감자밭에 원인모를 병이 돌았다. 잎줄기에는 검은 반점이 피었고, 땅밑의 감자도 검게 썩어 물컹거렸다. 문제는 감자밭만이 아니었다. 8월말에 캐서 보관해둔 햇감자들도 마찬가지로 썩기 시작했다. 이 병은 전염성도 강해서 순식간에 아일랜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하루에 80km 속도로 퍼졌단다.) 한 번 썩은 감자는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거나 잘 익혀서 먹으면 괜찮을줄 알았지만, 아무리 조리를 잘 해도 썩은 감자를 먹은 사람은 틀림없이 설사와 고열에 시달렸다.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은커녕 당장 겨울을 날 식량조차 없어진 것이다. 감자 역병은 1847년 8월께부터 겨우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이미 예년의 1/4 수준으로 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