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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입원을 할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입원 첫 날엔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드라마를 좋아하셨던, 옆자리 할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보니 팔자에 없는 그래미 시상식까지 보게 되었다. 확실히 잘 하긴 잘 한다. 연휴 내내 들은 것 같다. 기분 처질 때 들으면 좋구만. 사람들이 왜 다펑 다펑 하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조합해놓으니 그래미도 클럽이 되는구만. 그나저나 스티비 원더는 건강이 별로라더니 삑싸리까지 내고... 에휴. 연휴도 이렇게 끝나간다. ...라고 쓰고 나니 동영상 짤려서 걍 뮤비로 대체.
대학에 들어온 이후로 나에게 설날(과 추석)이란 곧 고향집에 내려간다는 의미였지만, 올해는 참 다이나믹하기도 하다. 조짐은 24일부터 있었다. 낮에 있었던 학회 운영위원회에서 '감투'를 후배에게 넘겨주고, 저녁에 동아리 선배들을 만나러 가려는데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몸살감기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서 감기약을 지었는데 효과 빠르다는 말에 잘 먹지도 못하는 감기약을 타왔다. 중간에 여러 번 깨긴 했지만,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넣고 그런대로 오래 잤다. 25일은 돌아가신 교수님의 저작집 출판기념회가 있는 날이었다. 어제 먹은 감기약 덕분인지 몸은 한결 가벼웠고, 오후에는 묘소에까지 갔다 왔다. 그 후부터 갑자기 몸이 무겁고 위장엔 가스가 가득찬 듯 했다. 저녁에 술자리도 있었지만 맥..
1. 나는 역사학과 평론이, 인간의 (의식적인) 활동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2차 작업이라는 점에서 닮은 부분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의 경우에는 그것의 연구대상이 되는 자연현상이라는 것이 완전히 인간의 의지 밖에 있는 반면, 역사학과 평론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인간 활동의 결과물이다. (물론 뭐... 어거지로 갖다붙인 느낌이 마이 나겠지만... 쫌 이해해주라. 이 정도 밑밥은 깔아줘야 내도 다음 문단을 쓰지.) 2-1. 역사가/평론가의 연구대상이 되는 사건/영화는 사실 누군가의 의도의 산물이라면, 여기서 역사가/평론가의 해석의 범위에 관해 질문을 하나 던져볼 수 있다. 역사가/평론가의 해석의 범위가 창작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것은 타당한가? 하는 뭐 그런 질문. 2-2. 내 글솜씨가 영 엉망이라서 정리..
0. 한 2년 전부터 (그 전까지는 평생 나와는 별 관련 없을 줄 알았던) 영화 쪽과 접점이 많아지는 중이다. 영화를 보는 횟수도 부쩍 는 것은 물론이고, 생애 첫 등재후보지 투고 논문도 영화사 논문이 되었으니까. (물론 내 이름을 올린 게 민망할 정도로 공저자의 역할이 더 큰 논문이었다.) 뭐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 때부터 영화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 이동진에 대한 관심도 그런 맥락 속에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1-1. 인터뷰라는 작업은 얼핏 보면 무척 쉬워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분야보다 지난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구술사'가 비슷한 분야라고 하겠는데, 재작년에 제대로 된 구술사 프로젝트 한 건 진행하면서 아 이게 정말 장난이..
『역사문제연구』 30호(2013년 하반기)에 실렸다. 남들처럼 학술논문 한 편 제대로 싣지 못하고, 짤막한 에세이 정도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아, 이건 사실 열라 쪽팔려야 맞는 거다. 일베를 운운하면서 거개의 이야기들이 진영논리로만 빠져드는 것 같아 보였고, 그건 좀 아니다 싶어서 이리저리 글을 좀 써봤다. 사실 지난 여름에 쓴 글인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좀 거시기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만은... 에 뭐 몰라. -------------------------------------------------- 일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1. 일베를 만난 우리의 자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만큼이나 빠르게 성장한 인터넷 커뮤니티도 없을 것이다. 2011년 1월 500여 명 정도에 불과했던 일베..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무거우니짊어지고 가기가 힘들다.
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나서 세상 산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다. 남의 돈 먹는 일이라는게 그냥저냥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머리 빠지고 똥구멍 찢어질 정도로 스트레스 받아줘야 그나마 먹고 살만한 돈이 나오는 것이라는 걸, 나는 석사를 마치고서야 알았다. 이러한 사실은 두 가지 점에서 놀랍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계속 이런 식일 거라는 점과,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사는 거였구나 하는 점. 그 때부턴가, 길 가는 사람 하나하나가 그냥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는다. 유모차 끌고 가는 저 아줌마도, 백화점 앞에 쪼그려 앉아 잠시 담배 피는 젊은이도, 아마 다들 그만한 무게를 짊어지고 살고 있겠지. 집에 계신 부모님은 그 엄청난 무게를 짊어지고 여기까지 버텨오셨겠지. 그래서..
1. 학기 내내 나는 목이 말랐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시간은 없었다. 다달이 봉급이 통장에 꽂힐 때마다 내 책장도 덩달아 비좁아졌지만,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방학을 하자마자, 그야말로 게걸스럽게 독서에 매달렸다. 공식적으로는 성탄절에 방학을 했으니, 거의 하루에 한 권씩 책을 먹어치웠다. 2-1. 커피에 관한 책들만 얼추 너댓권은 읽은 것 같다. 기말과제를 구한말부터 식민지기까지의 커피와 다방 문화로 잡은 후부터 책을 하나씩 모았고, 과제를 준비하면서는 발췌독을 했던 것을, 방학과 동시에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재미도 있다. 역시 하고 싶은 주제로 공부하면 몇 배로 즐겁고 재미있다. 돈 안 되는 일이 이래서 좋은 거지. 잘만 하면 논문도 하나 쓸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한 몇 년..
1. 김중혁을 읽고 있으면, 김중혁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 것 같다. 속에는 엄청난 개그, 똘끼, 유머, 위트 등등등등을 숨기고 있지만, 아주 엄청 굉장히 친한 사람 아니면 그런 것들 절대 안 보여주는 사람. 그러면서도 속에서는 끊임 없이 머리 속에서 문장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 2. 평소에는 그것들을 속에 차곡차곡 쌓아뒀을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입에서 풀풀 풀어버렸으면 이런 문장 안 나올거라 확신한다. 3. 그나저나 머리말부터 날 사로잡는 책은 또 처음일세. 그의 첫 소설집을 읽었을 때 받았던 놀라움과 재미가 또 오랜만이다. 오예. 내가 이러니까 혁블리를 좋아하는겨. (전략) 노래에 대한 글은, 쓰면 쓸수록 난감하다. 눈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멜로디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비트를, 글로 써..
1. 석사 끝나고 나서 (박사과정까지 포함해서) 몇 해 동안 내 취향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논문 심사를 마치는 날 첫 애플 제품(아이폰4)을 샀고, 그 즈음에 핸드드립커피를 맛 보았으며, 작년부터는 영화와의 접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 아이폰은 뭐 그냥 그렇다 치고... 달달한 믹스 커피나 먹을 줄 알았던 내가 커피의 신맛을 발견한 것은 신대륙 발견!...까지는 아니지만 할튼 좀 놀라운 발견 중 하나였다. 남들에 비해 탁월하게 둔한 미각의 소유자라서 그런지 이런 식의 맛 발견은 늘 놀랍다. (사진의 날짜를 확인해보니 그 날은 2010년 11월 23일이었다.) 3-1.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내가 친구의 조언 한 마디에 어떤 영화평론가의 팬을 자처하게 된 것도 확실히 의외였다. 좀 더 정확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