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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장편이면 좀 다를라나...했는데, 김중혁 소설은 여전히 엔딩이 기괴하다. ㅋ 2. 이제 본격적으로 학기 시작이니까 소설을 읽는 호사는 이제 당분간 끝. 한 개의 점에 한 사람의 목숨이 묻혔다. 그걸 실감하기란 힘들었다. 목숨은 멀리서 보면 아주 작은 점에 불과했다. 나는 형의 죽음과 홍혜정의 죽음을 동시에 생각했다. 둘 모두 착한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해치려 한 적도 없었고, 모함한 적도 없었다. 내가 아는 한 자신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밟고 일어선 적도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죽음은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누군가 못으로 바위를 긁어 만든 낙서보다도 옅은 흔적이었다. 나는 착한 사람들이 죽으면 세상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의 소멸 때문에 지구의 무게가 가..
1. 소설가 정찬을 따라가보겠다는 새해 결심의 첫걸음을 막 디뎠다. 2. 물론 이 소설은 이탈리아의 베니스와는 별 관련이 없다. 만루장은 공설 운동장 뒷담 맞은편 길가에 있었다. 운동장 담 길을 오를 때 동네 아이들은 종종 신발을 벗고 도랑물 속을 걷곤 했는데, 건너편 만루장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내음에 코를 킁킁거렸다. 1960년대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중국 음식은 호사였다. 값이 가장 싼 자장면도 보리투성이 밥에 비하면 정승 음식이었다. 만루장에서 어머니가 주문한 것은 놀랍게도 탕수육이었다. 아이는 탕수육이라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먹어보기는커녕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먹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그 낯선 음식이 아이를 단번에 도취시켰다. 오묘한 형태와 빛깔에, 형언할 수 없는 향기에, 절미한..
2월 26일. 낮 시간 내내 사업제안서 마무리 작업에 매달렸다. 저녁에는 경제사반 세미나. 생각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이 날로 예정된 '역사책 읽는 집' 재녹음도 많이 늦어졌다. 10시에야 시작된 녹음은 결국 12시 넘어서야 끝났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2월 27일. 작년 하반기 내내 매달렸던 전직 서울시장 구술채록 사업 최종보고서를 오전에 납본했다. 하나의 일이 마무리되어 기분이 좋았다. 오후에는 계속 도로연수를 받았다. 4시간 연속으로 차를 탔더니 기분이 얼떨떨하다. 이제 도로연수도 끝났다. 차만 받아오면 나도 이제 오너드라이버구나. 도로연수 마친 뒤에는 집에 돌아와 쉬었다. 2월 28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학교에 올라갔다. 연구실을 청소하고 윤독회에서 발표하고, ..
1. 사람은 다 사람. 2. 그래야 나도 사람. 3. 근데 그게 엄청 어렵지. 고모가 노파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삼양동 할머니의 집까지 차를 몰고 가는 동안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제가 혼자 지은 깊은 침묵의 방에 들어가 있는 듯했고, 진실로 중대한 일 앞에서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하고자 고민하는 인간이 언제나 그렇듯이 그녀의 행색과 교양과 이런 것에는 아무 상관도 없이 위엄과 품위를 지니고 있는 듯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또 구부러진 허리로 빈 병과 신문지를 모아 자신의 통장에 3,150원이라든가 2,890원 같은 숫자를 찍겠지만, 돈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쌀말이나 고기 근을 가지고 오면 어쩔 수 없이 비굴한 표정을 짓겠지만,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은 어떤 황후의..
1. 소설을 잘 몰라서 뭐라뭐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던져준 기대감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내 친구 중에는 세상의 인연이 다 번뇌라며 강원도 어느 절로 들어가다가, 시외버스 안에서 군인 옆자리에 앉게 되어 두 달 만에 결혼한 애가 있다. 인연을 끊겠다는 사람이수록 마음 깊이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다.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집착의 대상을 찾는 것이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中 (p. 17.) 물론 죽은 사람에게는 내일이라는 시간이 오지 않지. 모두들 내일이 온다는 말을 희망이 있다는 뜻으로 쓰고 있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리라,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 내일을 향해 뛴다...... 그런데 내일이 오는 것,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걸까? 나에게 내일이란..
1. 고양이들은 여전히 말을 잘 안 듣는다. 만세는 오늘 보니 중성화수술 시기가 부쩍 가까워진 것 같은데, 이대로는 병원 데려가는 일도 큰일이다. 밤에 자고 있으면 옆에서 나란히 누워 자기도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손만 뻗으면 여전히 카아악. 2. 금요일에 내가 편집간사로 있는 학술지 회의를 마치고 뒷풀이 자리에서 김상현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부란 거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한켠으로는 유학이라도 떠나면 좋을라나 싶지만 유학이란 게 절대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거 나도 안다. 한국이 싫어서 유학 간다는 거 드라마에만 나오는 일이지. 3. 그리고 토요일엔 또 사업제안서 회의. 사업제안서라는 거 처음 써보는 데다가 없는 얘기 지어내는 것도 익숙치가 않아서 그런지 이런 작업에는 영 ..
1. 저기 써있는 말마따나 나는 참말로 '삶에서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 모습이 있기 위해서는 그간 내 삶의 아주 작은 것들 모두가 영향을 끼쳐야 하기 때문이다. 2. 그런 점에서 역사학이라는 학문은 좀 냉정한 면이 있다. 과거에 있었던 일 중에서 중요한(혹은 그렇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살아남아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뭐가 중요하고 뭐가 안 중요한 건지 가끔 헷갈리는 나로서는 이런 자세가 지나치게 냉정하지 않나... 마 그리 생각한다. 3. 그렇기 때문에 소설책을 읽으면서도 작은 일 하나하나에 모두 애정을 잃지 않는 역사학도가 되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 4. 그나저나 은희경은 어떻게 이렇게 남자들의 세계를 잘 묘사한거지. 소설가라서 그런걸까 아줌마라서 그런걸까. 어쨌든 무다리 소..
0. 오늘부터 다시 근황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일매일의, 아니 적어도 며칠 만에라도 그때 그때의 기분과 감정을 기록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1. 상현씨와 함께 시작한 팟캐스트는 일단은 순항하고 있다. 오늘 현재 4회까지 업로드되었고 5회 녹음까지 마친 상황. 방문자수와 다운로드 횟수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크다. 우리보다 훨씬 탄탄한 컨텐츠와 충실도를 갖춘 방송이 많은데도 이리 엄청난 반응이 오니까 솔직히 좀 많이 부담스럽다. 1-2. 관심만큼 기대도 덩달아 많아서일까. 아직까지는 호평보다는 악평의 비중이 높다. 대개는 핵심을 제대로 찌르고 들어가지 못하고 어설프게 겉도는 내용이 많다는 지적인데 내심 걱정하던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변명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닌데, 애초에 ..
1. 한 때는 적극 옹호했던 자들을 대해서 이후에는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되기도 했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좌파와 우파들로부터 동시에 씹혀댔다는 사실은, 그의 사회활동의 원동력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에 있다는 증거이다. 2. 중간중간 깨알같이 곁들이는 동료가수들(예컨대, 밥 딜런) 디스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3. 첨부하는 노래는 아마도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노래일 '인생이여, 고마워요(Gracias a la vida)!'.
존 바에즈 자서전을 읽는데 왜 자꾸 이 노래가 생각났을까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