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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저의 세번째 이펙터입니다. 첫번째는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던 DS-1이고, 두번째는 오버드라이브 이펙터, SD-1. SD-1에 대해서는 사실 큰 감흥이 생길 수가 없는게 아직 이 녀석을 어떻게 써야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안 잡혔기 때문에 길게 글을 쓰기가 어렵겠네요. 그건 다음기회를 노리기로 하고... 요놈은 일렉기타의 소리에 '코러스'라는 효과를 넣어주는 기계 되겠습니다. 코러스라는건 한 음을 이루는 파형을 일정한 간격으로 분해해서 울림 혹은 떨림 비슷한 효과를 줍니다. (물론 울림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사실 저도 구체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다소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관계로 이론 부분은 이 정도로... (사실 이 설명이 정확히 맞는건지도 알 수 없습니다!) CE-3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따뜻한 사운..
일렉기타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현에서 울리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기계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냥 현이 울리는 소리가 아닌 '전기신호'이기 때문에 그 소리를 인위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동일한 기타에서 여러 종류의 소리가 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렉기타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왜곡'을 가능케하는 장비를 흔히 '이펙터'라고 합니다. 이펙터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발로 밟는 페달 형태의 이펙터를 흔히 사용합니다. (밴드 공연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다면 기타리스트가 중간중간에 페달을 밟는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이런 이펙터를 흔히 '꾹꾹이'라고 부르죠. 제가 최초로 장만한 꾹꾹이가 바로 요놈입니다. Boss사에서 나온 DS-1이라는 기..
기타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이지 귀찮고 어렵고 힘들고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기타를 내던지고 싶은 정도다. 1-2-3-4, 1-2-3-4... 기타 제일 처음 치는 날부터 시작하는 크로매틱은 그 얼마나 단조롭고 심심한 연습인가. 게다가 힘들기로 치면 제일 힘들다. 단순한 패턴이지만 굉장한 악력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크로매틱 한번 하고 나면 손바닥 근육의 통증에, 당분간 인상 안 쓰고는 못 배긴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간단한 C major 스케일이지만 먼 훗날의 애드립을 위해 이것 역시 어느 정도 숙달시켜놓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물론 복잡한 스케일까지 알아둘 필요는 없지만, C major 스케일은 스케일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해놔야 ..
1.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는 친구의 입을 빌려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했다. 그는 불과 백여년전의 조상들에 비해 두배가 훨씬 넘는 삶의 시간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몇배는 더 바쁘고 조급하게 살아가는 작금의 세태를 이야기했다. 가벼운듯 하면서도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그 '노회한' DJ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였기에 그 설득력은 상당했다. 2-1. 십자수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은 곧 '노력'이라는 단어로 번역될 수 있으며, 그 노력은 완성자에게는 보람으로, 선물받는 사람에게는 감동으로 형질전환된다. 2-2. 물론 그 점은 십자수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대체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는 도안과 바탕천을 붙들고 ..
1-1. 이 책을 산 이유는 두 가지다. 우연히 발견한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페에서 무척 저렴한 가격으로 이 책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 첫번째이고, 고교 시절 문학 문제집에서 읽었지만 그 출처는 잊어버리고 말았던 몇몇 문장들이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의 첫머리임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 두번째이다. 그리고 읽다보니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도 언젠가 인상깊게 읽었지만 그 출처를 잊어버렸던 문장들이었음이 기억났다. 2-1. 고교 시절, 나의 환상은 '서울'과 '어른'에 있었다. TV를 통해서, 혹은 몇 년에 한 번 정도 서울의 친척집에 갈 일이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보고 들었던 '서울'은 (내가 살던 지방 중소도시에는 없는) 다양한 물건들과 사람들과 분위기들이..
1. 아버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휘파람을 불며 골목 끝을 돌아오는 퇴근길 모습이다. 아버지에게 내가 뛰어 갔는지, 그런 나를 아버지가 나를 안아주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고, 그냥 휘파람을 불며 골목 끝을 돌아오던 그 모습, 그 짧은 장면만 기억 난다. 2-1.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딱히 사춘기도 아니었고,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으며, 지금 와서 암만 생각해봐도 재미있는 추억 하나 없는 중학교 생활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어쩐 일로 아버지가 집 소파에 앉아 전화를 받고 계셨다. 전화통을 붙들고 하는 말이라고는 그저 "예... 예..." 뿐이었다. 어머니는 말 없이 굳은 얼굴로 옆에 앉아 계셨다. 2-2.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에 들어갔다. 아마도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했을..
1. 그 바쁜 와중에도 악착같이 책을 읽어놨구만. 하지만 실제로 다 읽은 건 두어달 전이라는게 나름 반전. 2. 역시 핵심은 '성찰' 아니겠나 싶다. 비 오는 봄날이었다. 마당에서 피어오르는 흙냄새가 어머니의 소곤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섞여 들고 있었다. 옛날에, 아주 옛날에, 천 년도 더 된 옛날에, 한 마술사가 있었단다. 어느 날 마술사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밧줄을 들고 나타났어. 사람들은 그가 어떤 마술을 보여줄지 기대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지켜보았지. 그가 하늘을 향해 밧줄을 던졌단다. 하늘 높이 올라간 밧줄이 장대처럼 꼿꼿이 섰어.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밧줄을 올려다보았어. 밧줄이 너무 높아 끝이 보이지 않아단다. 마술사가 밧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어. 사람들의 시선이 마술사를 따..
1.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지 않나 싶지만, 장르에 관계 없이 '5월 광주'는 여전히 우리가 잊지말아야 하는 것이다. 2. 예전에 어디에서도 그런 글을 휘갈겼던 것 같은데, 나는 '5월 광주'가 '1980년 5월'의 일만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광주'의 일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 보편의 양심과 구원에 천착하고 그것을 좀 더 넓은 틀 속에 담아낸 이 책의 관점에 공감가는 면이 크다. 강선우는 우두커니 서 있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쇠파이프를 움켜쥐고 있는 사내는 분명 시위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지 않았다. 도망은커녕 꿈짝도 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자욱한 가스 비 속에서 사내는 나무처럼 서 있었다. 자신의 대검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군복도..
요즘 들어 부쩍사는 것에 대해자신감이 없고,용기도 없고,깡도 없고,패기도 없다. 누군들 그런 것들 다 갖추고서 살아가겠냐만은... 뭐 암튼 요새 쫌 마이 글타 좀.내가 가는 이 길 끝에 과연 뭐가 있는지,아니 길 끝에 뭐라도 있기는 한건지. 미국 작가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프로는 그냥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중략) 어쩌면 우리가 해야하는건 그저 매일 아침 일어나서 묵묵히 어제도 했던 일을 계속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설령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그 일의 끝에선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서 지치거나 두려워지기 쉬워도 말입니다. 적어도 삶에는 아마추어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 中 '밤은 말..
3월 25일 새벽 2시, 나는 인천 송도의 한 모텔방에... 혼자 있었다. 이 날의 전격적인 송도행은 내가 지상현씨의 강력한 꼬드김을 못 이기는 척 넘어가는 것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송도신도시는 '유령도시'라는 약간 비아냥 섞인 별명답게, 일요일 밤길을 걷는 행인을 발견하는 것이 무슨 봄소풍 보물찾기 같은 곳이었다. 어쨌거나 그간 송도 출장이 비교적 잦았던 지상현씨 덕분에 숙소로 잡은 곳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무척이나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조용한 분위기에 과히 비싸지 않은 숙박료 등등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다음에는 어떻게든 남자랑 둘이 오는 사태만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그러고보니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가 송도 이야기는 아니었다, 참. 어쨌거나 이 날 새벽 방송을 끝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