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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거의 6년 전에(;;) 절친한 지인의 추천으로 장세진의 『슬픈 아시아』를 읽었다. 해방을 즈음하여 남한의 지식인들이 ‘아시아’라는 공간을 어떻게 상상하고 대면했는지를 다룬 책이었다. 하지만 결말은 (비극적이게도) 그러한 상상과 대면들이 결국에는 냉전의 강력한 자장 속으로 흡수되고 마는 것이었다. 책의 내용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 구조를 넘어선 사유를 보여준 이들이 정녕 없었는지 되묻고 싶어졌다. 냉전이니 제국이니 하는 것에 일방적으로 규정당한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도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한 사람이, 정녕 하나는 없었냐는 거다. 그런 것이 있다면, 우리는 그로부터 비로소 가능성이란 것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1-2. 그런 생각을 나만 한 것이 아닌 모..
네덜란드 생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렘브란트 공원(Rembrandt Park)이고, 숙소 현관문에서 걸어서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바로 옆 블럭이니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출퇴근길에도 가급적이면 이곳을 지나간다. 미세먼지 걱정이 없으니 날씨만 좋으면 주말에는 하루에 두어번씩 산책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곳이다. 네덜란드 생활이 오래된 친구 말로는 암스테르담 중심가에 있는 공원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별로라고 하는데, 여기는 중심가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관광객이나 나 같은 뜨내기는 거의 없고 동네 사람들이 주로 오간다. 평일에도 출퇴근하는 자전거들(자전거도로로 딱이다)과 산책하는 사람들..
1. 심장 쫄깃해지는 소설, 참 오래간만이다. 초반에 툭툭 흘려두었던 (그래서 중반을 넘어서면서 거의 잊고 있었던) 떡밥까지 모조리 회수하는 마지막 몇십 페이지는 아주 그냥... 캬... 2. 죄책감, 양심, 사법, 처벌 등의 키워드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소설을 해석하는 건 내 능력을 넘어선다. 그러니 여기서 끝. *. 아래의 쪽수는 내가 읽은 전자책 기준이다. 전체 371쪽이었다. 그의 머리 위에 다모클레스의 칼이 영원히 걸려 있게 될 것이었다. (…) 오늘 일어나지 않는 일은 내일 위협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평생토록 그럴 것이었다. (335쪽.) 교정.14쪽 : 화룡정점 -> 화룡점정246쪽 : 그 자신 의사였기 때문에 -> 그 자신이 의사였기 때문에
1-1. 전자책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책, 십자수, 음악, 이 세 가지만큼은 물성物性에 꽤 집착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십자수는 무조건 오프라인 가게를 찾고, 음악 역시 CD나 LP를 사서 (MP3로 리핑하여) 듣는다. 책도 마찬가지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종이책을 고집한다. 무겁고 부피도 크지만, 여행을 가건 출장을 가건 불편함을 무릅쓰고 꼭 종이책을 챙긴다. 아무리 전자책이 편하다지만, 한 번 종이책의 물성物性에 익숙해지고 나니, 전자책은 그저 비인간적인 기계덩어리로 느껴질 뿐이다. (PDF로 다운받은 논문도 굳이 종이에 인쇄한 다음에 줄쳐가며 읽는 걸 보면, 화면으로 글자를 읽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책과 음악 구입을 대체로 온라인에 의지하는 것을 보면, 내 태도도 아..
1-1. 독서란 무릇 열린 행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진리를 꿰뚫는 단 하나의 책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 번의 독서에서 얻은 질문과 답변을 다음 책을 통해 확인하고 검증하며,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허물어뜨리고 다시 세우는 무한한 '과정', 바로 그것에 독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생각이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과 영화)들이 많이 생각났다. 1-2. 첫 번째로 언급해야 할 이승문의 영화 '땐뽀걸즈'는 책에서도 충분히 언급하고 있으므로 일단 넘어가자. 두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책에서는 아주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는) 조주은의 책 『현대가족이야기』. 나도 읽은지가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대기업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가정의 일상적 측면을 다루었..
천성이 보수적이다. 생활이건 무엇이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으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한 번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 자주 가는 카페도, 이용하는 요금제도, 출근길 루트도, 책 읽을 때 끼고 다니는 책갈피도, 한 번 익숙해지면 잘 바꾸지 않는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이 분명해도, 잘 안 바꾼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냥 그런다. 그렇게 사는 것이 꽤 손해인 것을 알지만 그런 것 따질 시간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것이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쏟을 수 있는 열정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굳이 그런 곳에까지 내 열정을 쏟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낯선 것을 싫어한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과 흥분과 두근거림... 그런 거 없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