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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제목을 '달리기 근황'이라고 달기는 했지만 완전 달리기 이야기는 아니고, 오늘은 약간 다른 이야기. 3월 26일에 네덜란드에 입국해서 꼭 한 달이 됐다. 네덜란드는 자전거나 도보로 돌아다니기에 참 좋은 나라다. 암스테르담이건 헤이그 같은 대도시라 해도 한국에 비하면 면적이나 인구밀도가 한참 적은데다가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꽤 잘 발달되어 있다. 시내 중심가로 갈수록 구획도 작고 차도가 좁아져서 오히려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이 더 불편하다. 그런데 대중교통 비용은 꽤 비싼 편이라(1시간권을 그냥 구입하면 3.2유로니까 한국 원화로 4000원이 넘는다...) 그래서 시간여유만 있다면 걸어다니는 것이 훨씬 편하다. (3개월 안 되게 머무르는데 굳이 자전거를 마련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 물론 내가 자전거를 못 ..
1-1. 네덜란드 거주 기념 암스테르담 십자수 가게 탐방 두번째 시간. 두번째는 H. Bruinink. 암스테르담 서북쪽에 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3개의 십자수 가게 중에서 매장이 가장 크다. 다른 2개의 가게가 대체로 자수용품에 집중하는 것이 비해서 이 가게는 자수는 물론이고 간단한 문구류까지 다 다룬다. 연필 깎는 칼부터 각종 지류, 간단한 카드(편지), 메모지, 수첩 같은 것도 있다. 1-2. 여담인데, 네덜란드에 와서 연필 깎는 칼(커터칼, 커터나이프)을 구하지 못해서 애를 좀 먹었다. cutter나 cutter knife, cutting knife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막상 사고보니 네덜란드어로는 hobbymesjes라고 되어 있다...) 아예 그런 종류의 칼이 있다는 개념조차 ..
1. 네덜란드 거주 기념 암스테르담 십자수 가게 탐방 첫번째 시간. 처음으로 가 볼 가게는 Pingouin Buitenveldert. (간판에는 'Pingouin'이라고만 되어 있지만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Pingouin은 프랑스어로 펭귄이라는 뜻이고 Buitenveldert는 이 가게가 있는 암스테르담 남부의 지명이라고 한다. 암스테르담에 며칠 이상 머무르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가게 되는 식료품점인 신라(Japanese-Korean Delicatessen Shilla) 바로 옆에 있다. 그러니까 십자수에 관심이 있건 없건 간에 한국인이라면 이 앞을 한번은 지나게 되어 있다. 2-1. 여기서 미리 말해둘 공통사항이 있다. 먼저 유럽에서는 십자수를 키트 단위로만 판다는 것. 한국은 도..
1-1. 오항녕 선생님의 최근 발표 논문 중에서 한 부분을 심재훈 선생님이 자신의 담벼락에 옮겼고, 그리고 얼마 후 본인의 경험을 담은 글을 하나 더 추가하였다. https://www.facebook.com/jaehoon.shim.399/posts/2332677330086753https://www.facebook.com/jaehoon.shim.399/posts/2338946462793173 1-2. 공감하는 바가 매우 크다. 평소에 생각해 오던 것이기도 하다. 특히 내가 일하는 직장이 ‘국사’를 내걸고 있는 곳이기에 더 그렇다. (다만 이에 관해서는, 내부에서도 여러 움직임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몇 년 전에 직장에서 역사학계의 여러 학회 관계자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
1-1. 역사학의 기본은 '사실 관계'의 확인이라고 배웠다. 숫자로 수학을 하고 문자로 문학을 하듯, 역사학은 '사실'을 재료로 삼는다. 물론 거기에만 멈춰서는 곤란하겠지만, 어쨌거나 정확한 사실 관계의 확인은 역사학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사실 관계의 확인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사료라는 놈은 언제나 불충분하기 마련이어서, 언제나 역사학 연구는 호프집 노가리 안주를 보면서 오호츠크해 명태 어장을 떠올리는 것처럼 막막한 작업이 되기 마련이다. 1-2. 이 사료라는 놈이 참 웃긴다. 부족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사료가 많아지면 사료끼리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
2019년 4월 10일 수요일 아침 달리기. 평균 페이스 : 5분 11초 운동 시간 : 1시간 1분 4초 거의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곧 거의 매일 내 몸 상태를 확인한다는 뜻이다. 정강이 쪽 근육에 피로는 얼마나 쌓였는지, 관절에 무리가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체 자세는 얼마나 꼿꼿이 잘 유지하고 있는지, 어제 과식한 것 때문에 몸이 무거워지지는 않았은지, 의지가 약해지지는 않았는지 등등을 거의 매일 아침 체크할 수 있다.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 2019년의 달리기 실적과 체력은 형편 없는 수준이었다. 작년 11월에 하프를 달린 이후로 추위 핑계를 대면서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겨울에는 체력을 유지하기만 해도 대단한 거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이번에..
네덜란드 생활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공원이 가깝다는 점이다. (렘브란트 공원에 관해서는 지난 글을 참고하시고.) 공원이 워낙 가까운데다가 업무특성상 아침에 여유시간도 좀 더 많아져서 거의 매일 달리기를 할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 갔던 광교호수공원은 차를 타고도 10분 정도는 가야 하는 거리여서 주말 아니면 가기가 어려웠는데, 거기에 비하면 이보다 좋은 조건이 또 없다. 처음 여기 온 날부터 공원을 돌면서 달리기 코스를 짜기 시작했다. 그런 준비가 꼭 필요했던 것이, 렘브란트 공원은 한국의 호수공원과 달리 공원 내에서 길이 무척 복잡하다. 별로 크지 않은 공원인데도 그렇다. 한국의 호수공원이었으면 호수 주변을 일주하는 하나의 코스만 가능했겠지만, 여기는 길이 원체 복잡하다보니 정말 여러 코스가 가..
1. 드디어 다 읽었다. 얼추 2017년 11월 정도에 1권을 시작해서 2019년 3월 초에 5권까지 마무리했으니, 16개월 정도 걸려서 다 읽은 셈. 어릴 때 동화책처럼 읽었던 기억으로는 당테스의 탈옥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완독하고보니 그건 초반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말을 하고 있는 청년의 눈에 스친 섬광을 본 빌포르는,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느껴지던 그 온순한 성품 뒤에 상당히 격렬한 힘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권, 123쪽.) 당테스는 어제 있던 곳에 그대로 있었다. 어젯밤에 서 있던 그 자리에, 마치 쇠로 만든 손이 그를 못박아 놓은 듯이 꼼짝도 않고 있었다. 다만 그의 깊은 눈만은 눈물에 젖어 부어 있어서,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꼼짝않고 땅만..
1. 에이, 그런게 어딨냐... 하고 타박을 들어 마땅한 말이지만, 인생의 어느 특정한 시기에 어울리는 책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예컨대 『제인 에어』나 『데미안』, 『수레 바퀴 아래서』 같은 소설은 늦어도 20대 중반 이전에 읽어두지 않으면 안 되는, 뭐랄까 '청소년 권장 도서' 같은 느낌이 있다. (물론 이것은 엄청난 고정관념이다. 나도 인정한다.) 나에게는 『폭풍의 언덕』도 비슷한 느낌이다. 때를 놓치면 영원히 읽을 일 없을 것 같은, 그 때 아니면 별로 읽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 그런 소설. 2. 갑자기 『폭풍의 언덕』에 손을 댄 것은 순전히 영국으로의 파견근무 때문이었다. 외국 생활은커녕 외국 여행에 대해서도 별달리 흥미가 없는지라, 두어 달 전부터는 그렇게나 가기가 싫었다. 그..
1. 마지막 1/3 지점에서 분위기가 급변하는 것을 제외하면, 꽤 재미있다. 이 부분 때문에라도 호불호가 꽤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전반부의 유쾌함이 그것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카페에서 읽는데 현웃 터지는 것을 끅끅 참아가며 읽었다. 2. 재미를 논하기 전에,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도 있다. 어딘지 모르게 가부장제와 성매매를 낭만화시키는 듯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좀 더 내공이 있는 분이 분석해주면 좋겠다 싶은데... (…) 한국은 아프리카와 달라서 어디선가 튀어나온 사나운 야수의 발톱에 갈가리 찢길까 겁먹을 필요도 없고 말라리아도 쿠데타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동남아시아가 아니니까 역시나 콜레라든 말라리아든 쿠데타든 걱정할 필요가 없고, 미국이 아니니까 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