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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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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에서 학부 4년을 꼬박 채웠지만, 정작 고전이라고 할만한 책은 별로 읽지 않은 것 같다. 대표적으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있고, '마르탱 게르의 귀향'도 거기에 들어간다. 근데 이게 참 희한한 일이다. 내가 학부를 다니던 2000년대 중반이면 문사철 공히 포스트주의의 폭풍의 스톰이 몰아치던 시기라 여기도 포스트 저기도 포스트, 아주그냥 오만데서 탈이 어쩌고 탈이 저쩌고 해서 인문대 학생들이 인문대 앞 족구장에서 봉산탈춤을 추고 그랬더랬다. 나도 덩달아 후기- 후기- 후기- 하면서 지마켓보다 더 많은 후기를 써대기는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한국에서 미시사/신문화사가 소개된 맥락이 바로 그 탈-마르크스주의의 연장선이었단 거지. 그런데도 나는 왜 이 책을 읽지 않았던 것일까... 그것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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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떠올리게 하는 유유의 가출 사건을 두고 2021년 여름을 전후하여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고려대 역사교육과의 권내현과 부산대 한문학과의 강명관. (권내현은 2021년 6월 23일, 강명관은 2021년 8월 29일) 두 저자 모두 일단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준다. 그런 두 사람이 거의 같은 시기에 글을 썼다는 건데, 소속된 분과학문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연구상황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출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나 알았겠지.)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쓰여진 것이니 독자 입장에서는 둘을 비교하면서 읽는 맛이 쏠쏠할 것이 분명하잖은가! (물론 서로 카운터를 내지르는 맛은 덜하지만...) 이런 꿀잼조합을 그냥 넘길 수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두 책을 모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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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중엽 대구의 사족 유유가 돌연 집을 나가 종적이 묘연해졌다. 그리고 몇 년 뒤, 유유가 나타났다. 하지만 유유를 만난 동생 유연은 그가 진짜 유유가 아닌 사칭범이라고 주장하며 그를 대구부에 고소했다.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 중 유유는 다시 사라졌다. 이에 유유의 아내 백씨는 유유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으며 형의 재산을 노린 동생 유연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유연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범행을 자백했고, 결국 사형당했다. 그리고 다시 십수년이 지난 후, 또다시 유유가 나타났다. 이번에 나타난 유유는 진짜 유유임이 확인되었다. 십수년 전 유유를 사칭했던 이는 채응규라는 자로 밝혀졌고, 그는 체포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었다. 채응규는 압송 도중 자살했다. 그리고 유유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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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도안을 드디어 끝냈다. 한 번 정도 더 할 수 있는 실이 남긴 했는데 이 키트는 박음질할 때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다시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이보다 박음질이 예쁜 도안을 못봐서 결과물은 뿌듯한데 할 때마다 손가락 끝이 너무 아프다 ㅠㅠ 내셔널갤러리에서 산 DMC키트를 2년 반을 묵힌 끝에 드디어 시작. 한 8~9개월 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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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를 읽으면서 "2호까지는 무조건 샀지만 3호부터는 어떤 책을 리뷰하는지를 보고 나서 구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 같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학위논문 쓰느라 3호와 4호에는 눈길도 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텀블벅에서 정기구독 펀딩을 보고야 말았고, 나는 또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정기구독을 신청하고 말았다는 뭐 그런 이야기... 당연히 이번에도 역사 쪽에 좀 더 눈길이 갔고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앗 이건 역덕 냄새잖아!!! 그 중에서도 『총, 균, 쇠』에 먼저 눈이 갔다. 오호라, 서리북에서 드디어 『총, 균, 쇠』를 다룬다고?! 게다가 필자가 주경철!! 『총, 균, 쇠』는 흔히 유럽중심주의를 반박하는 텍스트로 읽히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썼던 것처럼 『총, 균, 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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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의 글을 좋아한다. 일단 웃기기 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개탄의 양으로 개탄 화력발전소 서너 개는 거뜬히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건 너무 아재 개그 같아서 이게 뭐야,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나, 나 역시도 이런 개그를 매우 자주 구사하기 때문에 이걸로 책을 잡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단지 웃기기만 했다면 아마 1~2권 정도만 읽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김혼비를 진짜로 좋아하는 이유는 약하고 평범한 소시민의 마음으로 살아낸 인생 이야기라는 느낌이 때문이다. 『아무튼, 술』과 『전국축제자랑』에서 꼭 그랬던 것처럼, 그는 세상을 이야기할 때 한 발 떨어진 관찰자나 고나리질하는 관리자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그는 세상을 설명할 때 그 세상 속에 자신이 있다는 점을 까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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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몸을 피곤하게 만들 생각으로 걸었다. 두 시간쯤 걷고 돌아오면 경계 근무 때 날카롭게 곤두섰던 긴장이 풀어져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다. 한 달쯤 걷기를 계속하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보더라인 근처의 나무와 풀과 꽃의 모습이 계속 바뀌었다. 풍경 보는 법에 익숙해지자 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향기가 코로 들어왔다. 모든 감각이 열리는 데 세 달이 걸렸다. (김중혁, 「춤추는 건 잊지 마」, 255~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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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친절하게 서술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여기서 소개하는 주요 저술을 읽지 않은 상태라면 이 글을 그대로 이해하기는 좀 어렵다. 그러니 진입장벽의 꽤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이건 반대로 말하자면, 특정한 목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맞춤독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당 역사가들의 저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나만 해도 이 책을 가이드로 삼아서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에 재도전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으니까. (이번이 네 번째인가...) 그러고보면 이 책은 자기의 뒤를 이어 영국사 연구에 투신할 연구자를 위해 선배 연구자가 미리 남겨둔 가이드북같은 느낌도 있다. 스톤의 연구에서 핵심은 개방적 친족가족과 가정 중심의 핵가족을 거의 이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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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이나 처세술 관련 책은 좀처럼 읽는 일이 없지만 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 추천한 것을 기억해뒀다가 어찌어찌 연이 닿아서 읽게 됐다. 제목에서부터 바로 느껴지듯이 '질문' 그 자체보다는 '질문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다. 질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격차가 전제되어 있고, 아무래도 질문을 하는 쪽이 불리한 쪽이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는 늘상 은근한 갈등이 깔려 있는데 이 갈등을 원만하게 풀기 위해서라도 '질문의 기술'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 책이 그런 화술을 말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인 '질문'은 단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창발적인 생각과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직장생활과 직장인..